[신나는 공부]예습→학습→직후 복습→복습 꾸준히!

  • 입력 2008년 10월 7일 05시 21분


진도만 앞서가는 선행합습은 약이 아니라 되레 독

‘하나를 알아도 제대로’ 학습내용 완전히 소화해야

《A 주부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 B군의 성적표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B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원에 다녔다. 중학교부터는 수학·과학 과목을 중심으로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있지만 성적은 오히려 내리막길이다.

학원만으로는 모자란 것 같아 과외도 시켰다. 그런데도 늘 같은 문제를 또 틀려오니 화가 치민다. 몰라서 틀렸다고 하면 모를까 스스로도 공부한 기억은 난다고 말하니 더욱 답답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교육 전문가들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선행학습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공식이 나오게 된 과정을 직접 증명해 보거나 새로운 개념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교과 진도만 따라가기 때문에 실력이 쌓이지 않는 것이다. B군처럼 잘못된 선행학습으로 인한 부작용을 앓고 있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 ‘미리보기’에 그친 선행학습은 ‘독’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교육, 특수목적고 입학 등의 목표를 세우고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실력이나 목표와 상관없이 막연히 최상위권 성적을 위해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선행학습이 ‘앞서 나간다’는 의미로만 그쳤을 땐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K고등학교의 한 1학년 교실. 이 반은 90% 이상의 학생이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이 학교 김 모 교사는 “대부분의 학생이 내가 왜 이 단원을 배우는지에 대한 생각 없이 암기만하고 넘어 간다”며 “이렇게 ‘진도선행’만 한 학생은 전 단원에서 배운 개념을 적용해 문제를 조금만 변형해도 어렵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이 모 군은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선행학습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수학10-나를 마쳤다. 하지만 중학교에서 본 첫 중간고사 수학성적은 60점 대.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더 떨어졌다.

이 군은 “학원 진도를 따라가기에만 바빠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신경 써서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때늦은 후회를 했다. 이 군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수학 자체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선행학습은 잘못된 공부습관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남보다 앞서 배웠다는 생각이 실력보다 자만심만 키워 오히려 성적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J교사는 배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쪽지시험을 내면 10분도 안돼 “다 풀었는데 다른 공부하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이미 배웠다’는 생각으로 교과서나 학교 수업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며 “쉬운 문제도 정확하게 읽지 않거나 대충 생각하고 문제를 풀다보니 정작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되면 성적은 물론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생활에도 소홀하게 돼 전체 학습 시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 ‘약’이 되는 ‘선행학습’으로 진짜 실력 쌓아야

교육 전문가들은 한 단원, 한 학년을 먼저 공부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대치중 2학년 김 모 양은 자신만의 선행학습법을 철저히 지키기 시작하면서 중위권대의 성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어느 과목이든 ‘예습-학습-직후 복습-복습’을 하나로 묶어 공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를 공부한다면 미리 ‘목차-대단원-소단원-학습목표-단원의 길잡이-본문’을 순서대로 읽으며 배울 내용을 유추해 본다. ‘왜 이 단원을 공부해야 하는지’ ‘이 단원과 앞 뒤 단원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의 질문도 미리 생각해 둔다.

수업시간엔 수업 내용을 빠짐없이 필기하고 수업 직후 10분 동안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정리한다. 집에서 다시 복습을 할 땐 문제를 통해 배운 내용을 확인한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면 굳이 진도에 신경 쓰지 않아도 공부에 속도가 붙는 다는 게 김 양의 설명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진짜 실력을 쌓는 선행학습을 하려면 ‘피라미드식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라미드식으로 기초 실력을 튼튼히 쌓으며 폭넓게 공부해야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절대적인 학습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땐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익히고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순신 장군=거북선’을 단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배경, 선조와의 갈등 등 책을 통해 폭넓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단원과 단원, 개념과 개념을 연결해 공부하고 점차 수준을 올려 나가는 방식의 학습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배우는 ‘경우의 수’는 중학교 2학년 때 ‘확률’로, 고등학교 1학년 땐 ‘순열’로 이어지며 점차 어려워진다.

각 학년별, 단원별로 몇 문제만 풀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에 대해 ‘기본-심화-발전’ 문제를 차례로 풀며 수준을 높여나가야 실력을 쌓을 수 있다.

박재원 공부연구소장은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이삼일씩 붙잡고 있는 학생이 당장은 느려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이 풀기만 학생의 실력을 앞지르게 되어있다”며 “속도와 양이 아니라 학습의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TMD교육그룹 고봉익 대표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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