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외국서 시집 와 애들 교육 힘드시죠?”

  • 입력 2008년 9월 2일 06시 31분


“저는 우리 엄마가 필리핀에서 온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직 한글을 잘 모르는데 엄마께서 가르쳐 주지 못해요. 하지만 저는 우리 엄마를 이해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왔으니까요.”(최석현·경북 울릉군 남양초교 1년)

“외갓집은 중국 랴오닝 성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12년 전에 한국에 왔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우리 어머니처럼 많은 외국인이 와서 살고 있습니다. 서로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김창년·경북 상주시 이안초교 5년)

경북지역의 다문화 가정(결혼 이주 여성으로 구성된 가족·5100가구) 자녀 중 학생은 현재 855개 학교 1539명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 1157명으로 75%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내에 다문화 가정이 크게 늘어나면서 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수도 빠르게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계와 학계, 지방자치단체 등이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해 여러 기관이 협력 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드문 편이다.

경북도교육청과 경북도, 경북지방경찰청 등의 관계자들은 최근 도교육청에서 ‘다문화 교육 지원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 협의회는 도교육청 이영직 교육국장이 회장을 맡았으며, 권세환 초등교육과장, 정원기 도교육위원, 조자근 경북도 여성가족과 사무관, 진계숙 경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 정정희 경북대 교수, 정일선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등으로 구성됐다.

협의회가 구성된 이유는 다문화 가정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기관별로 추진하는 내용이 겹쳐 중복 투자를 하거나 프로그램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문화 가정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경북도는 자녀 교육의 경우 경북도교육청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올해 다문화 가정 교육 시범학교 운영을 위해 2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대구교육대 학생으로 구성된 학습 도우미 200명은 다문화 가정 자녀의 공부를 돕는다.

이 협의회에 참여 중인 계명대 김선정(43·여) 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각종 정책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기초 연구가 부족한 데다 협력 체제가 부족하다”며 “한국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의 차이가 무엇인지 면밀한 연구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 이주 여성들도 자녀 교육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중국 출신의 한 여성은 “한국 생활을 10년째 하고 있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아이들의 공부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선생님과 의논하기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권세환 과장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한국 문화에 무조건 적응시키려는 동화(同化)주의 대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빨리 전환하는 게 과제”라며 “기본적인 적응 교육과 다양성 교육을 병행해서 학교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제화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