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산별정신 훼손” KBS 노조 탈퇴 파문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1분


언론 ‘정치 투쟁’ 동력 약화 불가피

KBS 노동조합이 조합원 투표를 통해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기존 언론운동 진영에 커다란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KBS 노조는 20일 언론노조 탈퇴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3546명이 참가해 이 중 67.1%인 2380명의 찬성으로 탈퇴를 결의했다.

KBS 노조는 다음 주 대의원 회의를 열어 언론노조 탈퇴를 위한 KBS 노조 규약을 개정하고, 노동부에 기업별 노조 전환을 신고해 다음 달 중순 신고필증을 받을 예정이다.

▽정연주 전 사장 퇴진 두고 대립=언론노조와 KBS 노조의 대립은 2006년 언론노조 회계부정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언론노조 직원의 3억여 원 횡령과 신학림 전 위원장 당시 민주노동당 불법 정치자금 지원이 문제가 되자 KBS 노조는 ‘검찰 수사 등을 통한 개혁’을 요구했고 기존 언론노조의 주류들은 ‘내부 해결’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양측의 갈등은 올해 초 정연주 전 사장의 퇴진을 둘러싸고 깊어지기 시작했다. KBS 노조는 정 사장이 참여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 무능한 경영자라며 사퇴를 주장해왔고 언론노조는 정 사장의 임기가 지켜져야 한다고 맞섰다. 이 같은 대립은 KBS 이사회의 정 전 사장 해임 제청 과정에서 더욱 불거져 언론노조는 지난달 31일 ‘언론노조 투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박승규 위원장 등 KBS 노조 간부 3명을 전격 제명했고 노조는 탈퇴 투표로 대응했다. KBS 노조는 21일 특보를 내고 “조합원들은 이번 투표에서 조합비 횡령, 회계 부정, 지·본부 의견 무시, 독선적 운영 등으로 산별 정신을 훼손한 언론노조와는 더는 함께할 수 없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정 정파에 편향된 언론노조에 반대=언론노조는 주력이나 다름없는 KBS 노조의 탈퇴로 재정과 운동의 동력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BS 노조의 조합원은 언론노조 전체 조합원 1만7000여 명 중 24%인 4300여 명에 이르며 언론노조 연간 조합비 10억 원의 25%인 2억5000만 원을 부담해 왔다.

KBS 관계자는 “이번 투표 결과는 특정 정파에 편향적인 언론노조의 투쟁 방침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언론노조 내에서도 박 위원장 제명 등이 노조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 지부장이 언론노조 부위원장에서 사퇴하는 등 내부 균열도 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노조가 PD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과 함께 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투쟁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것을 감안할 때, KBS 노조의 탈퇴는 언론노조의 동력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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