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선호高 찍히면 도태”…학생유치 경쟁 불붙다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서울 ‘2010년 고교선택제’ 기정사실로

서울 시내 고교들이 2010학년도부터 ‘선(先) 지원 후(後) 추첨제’로 실시되는 고교선택제 도입을 앞두고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30일 주민 직선으로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비선호 학교에 대해 지원을 늘리되 성과가 부진한 학교는 학급 감축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학교 이전, 교육시설 개선, 학사 프로그램 개편 등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 학생 편의 위한 학교 이전 추진

교통이 불편하거나 학교 자체가 오래돼 건물이 낡고 시설이 낙후된 학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선택제 시행에 대비해 2006, 2007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 결정에서 통학 여건과 교육 환경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등굣길이 가파른 학교들을 포함해 현재 20여 개교가 아예 학교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 남산자락의 보성여고는 10분 이상,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홍익대부속고도 5분 이상 오르막길을 걸어가야 한다. 학생들이 통학 문제 때문에 지원을 기피하고 있어 두 학교는 학교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풍문여고, 신광고 등도 학교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어도 학생을 배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노력하지 않으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살길은 적극 투자

사립학교 재단들도 고교선택제를 도약의 기회로 보고 적극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 강북의 혜원여고는 과학고 국제고 등을 제외한 서울 일반계고로서는 처음으로 학교에 기숙사를 짓기로 했다. 우수학생은 물론 저소득층 학생들도 숙식하면서 공부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진선여고는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 인근의 전통 있는 학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이 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논술 강좌를 여는 등 벌써부터 적극적인 학교 홍보에 나서고 있다.

시교육청도 고교선택제에 대비해 지난해 교육여건 개선을 원하는 고교 중 37개교에 대해 무료 컨설팅을 해준 데 이어 올해에는 33개교에 컨설팅을 실시했다.

○ 다양한 학력증진 경쟁

시설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학교들은 우수 학생들을 집중 관리하는 등 학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방고 목동고 상명고 서울고 양재고 고려대부속고 등촌고 등은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2년 만에 졸업하는 조기졸업반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4년 전부터 사실상 학교장에게 시행 권한이 위임됐지만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 태릉고는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우수 학생을 위한 40석 규모의 24시간 자율학습실, 최신 영상학습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전문계고에서 일반계고로 전환한 서울 강동구 오금동의 보인고는 학력 신장을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1학급 2담임제’를 실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학교 재단인 대주학원 김석한 이사장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질 높은 교육”이라며 “교육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통해 명문고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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