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주남저수지 탐방시설이 철새 쫓는다”

  • 입력 2008년 7월 31일 05시 48분


람사르 총회 앞두고 대형건축물 공사 잇따라

환경단체 “시설물 설치보다 환경보호 힘써야”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경남 창원시 동읍) 주변에 대형 건축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급속한 환경 변화가 철새 서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COP 10)’ 공식 방문지이기도 한 주남저수지의 구조물은 창원시가 COP10을 앞두고 탐방시설 조성 공사를 하며 짓는 것들이다.

창원시는 3월부터 국비 등 76억 원을 들여 10여 개의 공사를 벌이고 있다. 8월 말 완공 예정.

공사가 시작된 직후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이 “철새 서식지를 망치는 창원시의 행정은 세계적 망신을 부를 것”이라며 주남저수지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고, 창원시는 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목교와 목도의 규모를 줄이고 관찰 데크 설치를 백지화한 것.

그러나 최근 공사 현장을 둘러본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저수지 입구를 지나면 둑 맞은편에는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큰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가로 53m, 세로 13m에 최고 높이는 12m다. 연면적 992m²의 람사르문화관.

또 저수지 중간쯤에는 기존 8각 지붕의 소형 전망대를 헐어 버리고 규모를 늘려 4각 전망대를 짓고 있다. 높이는 7m 정도.

전망대 앞 저수지 안쪽 둑에는 나무계단 2개를 설치해 두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없었던 대형 건축물이 들어서고, 철새 서식지 가까이에 계단을 놓으면 아예 철새를 내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창원시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목교도 비교적 큰 구조물. 목교는 저수지 입구 양어장 용지 옆의 유수지에 길이 300여 m, 높이 2.5m 안팎으로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주남저수지에서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번식지인 양어장 용지를 벗어나긴 했으나 대형 교량과 다름없는 목교가 철새 서식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다”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면서 환경오염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남수문 옆의 솟대공원(낙조대)도 차폐림을 보강하고 정자 위치를 조정하기로 했으나 현재는 팔각정 5개를 설치하는 공사만 추진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창원시가 약속했던 탐방시설 모니터링 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건물만 지을 것이 아니라 주남저수지를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환경단체와의 합의 사항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완공 이후 모니터링을 포함해 보완할 사항이 생기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남, 동판, 산남저수지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인 주남저수지는 597만 m²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과 어리연 등이 자랄 뿐 아니라 겨울철에 많은 철새가 날아드는 습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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