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통계로 세상읽기]우리의 취업 현장을 보니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바늘구멍 취업문에 설상가상… ‘학력격차=임금격차’도 심화

대졸자 임금, 고졸자의 1·49배 → 1·55배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요즘의 현실이다. 입시 준비에 정신없는 학생이 ‘고3’이라면 취업 준비에 바쁜 대학교 졸업반 학생은 ‘대4’로 불린다. 대학 졸업 후 사회 진출 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신입사원의 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일 때가 많아서 한 달에 버는 돈을 빗대어 ‘88만 원 세대’(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 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로 불리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업 선택의 최우선 기준은 안정성이 됐다. 2006년 15세 이상 인구에게 직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묻자 △안정성(32.6%) △수입(31.7%) △적성·흥미(12.0%)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적성·흥미’를, 20대 이상이 ‘안정성’과 ‘수입’을 직업선택의 주요 요인으로 꼽아서, 취업을 코앞에 두고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우리의 면면을 느낄 수 있다.

안정성과 수입을 따지다 보니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으로 꼽힌다. 2006년에 청소년이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33.5%) △대기업(17.1%) △법률회사 등 전문직 기업(15.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실과 희망사항은 다른 법이다. 국내 취업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2006년 기준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1.9%, 실업률은 3.5%였다. 한 민간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에는 전체 취업자 가운데 1.5%에 불과했던 단시간 취업자가 2007년 상반기에는 4.4%나 되어서 이를 반영한다면 실업률은 4%에 이른다고 한다.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체감실업률은 8% 정도다.

그렇다면 국내 경제활동인구가 일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1980년대만 해도 1차 산업 종사자가 34.0%, 2차 산업 종사자가 22.5%, 3차 산업 종사자가 43.5%였다. 2006년에는 1차 산업 종사자가 7.7%, 2차 산업 종사자가 18.1%, 3차 산업 종사자가 74.2%이다. ‘지식과 정보’에 의해 움직이는 정보사회에서는 사무직 등 중간 수준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숙련된 전문가 그룹과 아무런 기술이 필요 없는 단문 노무직으로 취업이 양분화된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의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 노무직에 편중되어 있다. 단순 노무직의 경우 젊은 20, 30대보다는 고령의 재취업자를 선호한다.

고령층은 일하고 싶은 욕구를 되살려 활발한 구직활동을 한다. 그러나 청년층은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하기보다 대학 졸업을 늦추거나 학력을 더 높이는 전략을 사용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학력 인플레이션(상승)’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향취업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요즘 같아선 ‘고학력이 정말로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통계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살펴보면 학력이 높을수록 좋은 일자리를 얻고 높은 임금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2005년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 기준을 100으로 잡을 경우 대학교 졸업 이상(대학원 포함)의 임금은 154.9, 전문대학 졸업자의 임금은 103.5, 중학교 졸업 이하의 임금은 85.5였다. 대학교 졸업 이상의 임금 수준은 2002년 149.4에서 2005년 154.9로 높아져 고졸 임금 수준과의 격차가 한층 더 벌어졌다. 최근 들어 이 차이는 더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평생직장’이 모토였다면 이제는 ‘평생직업’이 모토다. 직장은 바꾸더라도 일하는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다. 그러니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전문가로서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통계적으로 경제활동인구는 15세부터 시작이지만 끝나는 연령은 없다. 자신이 원하면 전문적인 능력을 평생 활용하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분은 무엇에 자신이 있는가? 평생직업을 갖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가?

구정화 경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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