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교통체증 숨이 막힌다]<3>끊어진 도로망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가다보면 논밭으로 속터지는 반쪽도로

경기 김포시 걸포동. 지난달 중순 개통한 왕복 6차로의 국가지원지방도 98호선이 시원하게 뻗어있다.

같은 시기 개통된 일산대교에서 인천 쪽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출근 시간은 지났지만 김포나 인천 방면에서 일산을 오가는 차량이 줄을 이었다.

도로 공사를 하는 경남기업은 “일산대교 개통에 맞춰 공사를 서둘렀다. 비싼 기름값 때문에 통행료(1000원)를 내더라도 지름길로 가려는 운전자가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조기 개통된 곳은 국도 48호선과 연결되는 1.75km 구간. 내년 말 준공 예정인 나머지 1.67km 구간은 현재 4∼5m 높이로 성토작업이 끝났다.

주변을 정리하고 아스콘만 깔면 금방이라도 개통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인천 구간에는 파란 논밭이 그대로다. 공사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지름길 두고 1시간 돌아가야

국지도 98호선은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으로 공사가 중단된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2002년 7월 국지도 98호선 개통에 합의했다. 경기도는 일산대교(민간자본 유치)와 김포 구간 공사를, 인천시는 인천 구간과 다른 연결도로를 맡았다.

지난달 일산대교가 개통됐지만 인천 구간은 아직 보상조차 끝나지 않았다. 도로 예정지역이 검단신도시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말 연결도로 공사 및 설계 작업을 중단했다.

내년 말 김포 구간이 완공되더라도 인천과 김포, 고양, 파주시를 오가는 차량은 상습정체 구간인 국도 48호선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적어도 1시간가량 단축할 수 있는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야 하는 셈이다.

경기도 이기택 도로과장은 “이곳이 개통되면 국도 48호선뿐 아니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 구간의 정체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며 “인천시에 조속한 착공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흥시 계수동과 서울 구로구를 잇는 계수대로 사업도 마찬가지. 경기지역 구간 2.08km 가운데 시흥과 부천 구간의 공정은 98%에 이른다.

부천시 범박동 구간은 0.57km이지만 주민 보상 문제로 전혀 손을 못 댔다. 결국 올해 말이었던 개통 시기는 2년 뒤로 미뤄졌다.

○ 도로 예산은 해마다 감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땅값은 새 도로를 내는 데 걸림돌이다.

최근 5년간 경기지역 토지의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 21.95%. 도로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보상비에 사용한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도로 건설에 쓰는 돈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도로 예산의 비중은 1996년 63.8%였지만 2006년에는 51.5%로 낮아졌다.

교통세 가운데 도로 분야 투자비중도 1996년 73.3%, 1997년 67.5%, 1998∼2004년 65.5%, 2005∼2006년 55.0%로 줄었다.

현재 경기지역에서 추진 중인 광역도로 15곳의 사업비는 9859억 원. 국비와 지방비가 절반씩 투입된다.

올해 예산은 800억 원에 불과하다. 1곳에 평균 3km인 도로를 개통하는 데 계산상으로 10년 이상 걸리는 셈이다.

경기개발연구원 류시균 연구위원은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지면 민자사업도 어려워진다. 결국 도로사업이 차질을 빚고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기흥나들목 이전 ‘소통의 힘’▼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경부고속도로 기흥나들목은 운전자 사이에 ‘악명’이 높다.

진출입구와 연결도로가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젓가락처럼 나란히 붙어 있다. 모든 차량은 유턴을 해서 고속도로로 들어가거나 나와야 한다. 초보 운전자들은 “어, 어” 하다가 접촉사고를 내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기흥 나들목 이전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한국도로공사가 이전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경기도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고, 도로공사를 비롯해 용인시, 삼성반도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장 큰 걸림돌인 사업비 1000억 원을 도로공사와 경기도, 삼성이 분담키로 하면서 이전이 확정됐다.

이번에는 개통 시기가 문제였다. 지난해 화성시 동탄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는 등 주변에 약 6만5000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이 다시 모였고 조기 개통을 위해 인허가와 보상절차를 서둘렀다. 예정보다 2년을 앞당긴 올해 초 서울 방향이 문을 연 데 이어 곧 나들목 전체가 개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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