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역사에서 논술의 길 찾기]반역자인가, 개혁가인가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신돈은 과연… 백성-개혁에 몸바친 신승? 권력을 탐낸 요승?

신돈은 고려 말 군주인 공민왕의 동지이자 스승이었지만 후일 개혁을 추진하다 역모죄로 참수 당한다. 신돈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역옹패설’의 저자이자 고려시대의 대학자인 이제현은 공민왕에게 “신돈은 골법(骨法)이 옛 흉인(凶人)과 같으니 가까이 하지 마옵소서”라고 간언했다. 조선 전기에 발간된 ‘고려사’에는 공민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우왕과 창왕의 실제 아버지가 공민왕이 아니라 신돈이며, 신돈은 처첩을 거느리고 주색잡기에 몰두한 요승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공민왕은 신돈을 나라와 군주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한 신하로 여겼다. 공민왕은 “불초한 내가 나라에 임한 지 15년 동안 홍수와 가뭄의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금년에 풍작이 들었으니, 이는 실로 신돈의 선치(善治)로 말미암은 것이다”라며 신돈의 공과 덕을 찬양하기도 하였다. 많은 일반 백성들도 신돈을 일컬어 ‘신승’이라 하거나 ‘성인이 세상에 났다’고 칭송했다.

신돈은 매우 미천한 출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절의 노비였고, 그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신돈이 승려가 된 것으로 보아 그 지역의 유력자였으리라 추정된다. 공민왕은 신돈을 등용하면서 “도(道)를 얻어 욕심이 없으며 또 미천하여 친당(親黨)이 없으므로 큰일을 맡길 만하다”고 평가했다.

고려는 무신 집권기부터 7차에 걸친 원나라의 침입을 받고난 후 사사건건 원나라의 간섭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태에서 집권한 공민왕은 앞선 왕들과는 대조적으로 반원 정책을 취하게 된다. 공민왕은 개혁을 추진할 인물을 찾던 중 신돈을 만났고 곧 그를 존경하게 된다. 그는 신돈을 스승으로 삼고, 국정을 맡기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린다.

신돈은 인적 쇄신과 민생 안정이라는 개혁을 추진하였다. 먼저 그는 기득권 세력인 친원파 권문세족을 숙청하고, 신진 사대부들을 양성하기 위해 국립 유학 교육기관인 성균관을 강화하였다. 또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해 권세가들이 양민들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고 일반 양민들을 노비로 삼는 등 각종 폐단을 바로잡았다. 신돈은 권세가들의 불법적인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전민변정도감의 판사를 맡아 이틀에 한 번씩 업무를 직접 처리하였다. 권세가들에게 빼앗겼던 토지가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지게 되고 억울하게 노비가 된 이들은 해방이 되는 혁신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 신돈의 개혁 정책은 분명 정의로운 것이었다.

찬사를 받았던 신돈의 정치, 사회, 경제 개혁은 개혁의 대상이 된 지배층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권문세족들은 신돈의 개혁으로 자신들의 기반이 위협 받게 되자 신돈을 제거하기 위한 적극적인 계략을 세운다. 신돈을 제거하려는 세력의 중심에는 공민왕의 어머니인 명덕 태후가 있었다. 공민왕은 이러한 정황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신돈은 몇 차례나 공민왕의 비호 아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돈의 개혁은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공민왕이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다. 공민왕 20년 권문세족은 투고를 조작하여 신돈의 역모를 주장했다. 신돈을 견제할 필요를 느끼던 공민왕은 이를 계기로 마침내 신돈과 그 추종세력을 일거에 제거해 버린다. 신돈은 수원에 유배되었다가 곧바로 처형 당하였다.

신돈이 실제로 공민왕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몄으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공민왕이 신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민왕과 신돈이 ‘5도 도사심관 제도’의 부활에 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돈은 스스로 ‘5도 도사심관’이 되어 각 지방을 직접 통제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강화하고,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견제하려고 했다. 공민왕은 신돈이 하나의 권력 집단으로 세력화하는 것을 우려하였다. 공민왕은 이를 막기 위해 기득권 세력이 우두머리인 신돈을 제거하는 데 동의하였던 것이다.

심화학습

공민왕과 신돈이 추진했던 개혁 정책이 성공했다면 고려 왕조는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신돈은 실패한 개혁가인가, 권력을 탐낸 반역자인가? 본문의 내용을 참고하여 토론하여 보자.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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