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벼랑 끝의 아이들]<上>절대빈곤 속 생존권 위협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허물어질 듯 낡은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 없이 살아가며 생존권을 위협받는 절대빈곤 아동이 전체의 8%에 이르고 있다. 절대빈곤과 사회적 무관심으로 방치된 채 생활하는 이들 어린이는 결국 사회적으로 낙오될 확률이 높다. 신원건  기자
허물어질 듯 낡은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 없이 살아가며 생존권을 위협받는 절대빈곤 아동이 전체의 8%에 이르고 있다. 절대빈곤과 사회적 무관심으로 방치된 채 생활하는 이들 어린이는 결국 사회적으로 낙오될 확률이 높다. 신원건 기자
열살 민수 유일한 한끼는 학교 점심 급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어린이 사망률 1위, 사교육비 지출액 1위 대한민국. 아동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불이행 국가로 낙인찍힐 정도로 적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규정한 아동 권리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존중받는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부모이혼… 가출… 돌봐줄 어른없이 방치

전문가 “전체 아동의 8% 매일 생존 고통”

초등학교 3학년 박지현(가명·9) 양은 축사를 개조한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다. 말이 좋아 집이지, 사실은 벽돌을 쌓아서 만든 임시 숙소다.

5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시골 큰집에서 지냈는데 지난해 태풍 때문에 무너져 이곳으로 옮겼다.

지현이 가족은 아궁이에 나무를 때서 지난겨울을 났다. 난방이 되지 않아서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도배도 하지 않은 시멘트 방바닥에는 늘 이불이 깔려 있다. 허리를 다친 할머니는 그곳에 누워 하루를 보낸다.

○밥 달란 말이 미안한 지현이

지현이는 아픈 할머니에게 ‘밥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미안하다. 팔순의 할아버지도 밭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하루 내 쌓인 피로 때문에 끙끙 앓는다.

면사무소에서 보낸 라면과 과자가 지현이에겐 소중한 식사다.

지현이 아버지는 매달 60만 원의 생활비를 부쳤지만 2년 전 부도로 빚더미에 앉으면서 그마저도 끊겼다. 지현이네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 40만 원이 전부다.

사회복지사 오아름 씨는 “지역 아동단체에서 운영하는 방학교실에 참여했던 지현이가 3주 같은 옷만 입고 왔다. 교육 기간 내내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풀이 죽어 지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집에서도 외톨이인 민수

초등학교 4학년 정민수(가명·10) 군은 혼자 산다. 카지노에 빠진 아버지는 발길이 뜸하고 어머니는 3년 전 가출해 소식이 끊겼다. 주변에 살며 돌봐줄 만한 친인척도 없다.

학교에서 돌아온 민수를 반겨주는 건 컴퓨터뿐이다. 민수에게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가족과 같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오전 2시까지 게임을 한다.

저녁은 초코파이와 콜라로 때운다. 제대로 된 식사는 학교 급식인 점심뿐이다. 그래서 민수는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 싫다.

아무도 치워주지 않는 민수의 방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곳곳에 과자 부스러기와 음식물 찌꺼기, 빨래 더미가 널려 있다.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민수는 스트레스를 컴퓨터 게임으로 달랜다.

○절대빈곤 아동 90만명 추산

전문가들은 깨끗한 물과 음식, 안전한 거처를 보장하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동(18세 미만)을 전체 아동의 8%로 본다.

보건사회연구 5월호에 발표된 ‘한국의 아동빈곤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한 절대빈곤 아동은 도시근로자 가구에서만 54만5000명. 농어촌과 자영업자 가구까지 포함하면 9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미숙 아동복지팀장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차원을 넘어 아동 빈곤은 결국 아동 방임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방임된 어린이는 결국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리를 침해당한 어린이를 후원하려면 굿네이버스 홈페이지(www.goodneighbors.org)나 전화(02-6717-4000)로 문의하면 된다.

아동의 3대 권리
아동권리개념유엔아동권리협약 관련 조항
생존권아동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음식과 깨끗한 물, 안전한 거처, 의료 혜택을 제공받을 권리아동은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7조 1항)
보호권아동이 착취와 차별적인 대우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폭력 학대 및 방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당사국은 아동이 모든 형태의 혹사나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사회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19조 1항)
발달권아동이 모든 종류의 교육을 받고 성장에 필요한 평균 수준의 생활을 누릴 권리당사국은 부모 등 아동에 대한 법적 책임자들이 아동의 능력발달을 위해 감독과 지도를 행할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5조)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공동기획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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