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시스템 근본적인 재검토를”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아직 인체감염 걱정할 단계 아니다”

당정, 재래시장 생닭-생오리 판매 금지 검토

의학계 및 과학계 전문가들은 조류인플루엔자(AI)가 현실적으로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인데도 비(非)과학적인 광우병 괴담(怪談)에 밀려 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고병원성 AI가 급격히 확산된 것은 소규모 사육 농가와 중간 상인이 결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문한 대한수의학회 이사장은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단체총연합회(과총)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AI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인데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도 “AI보다 광우병 논란이 이처럼 심각한 걸 보면 비통함을 느낀다”며 “척수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97개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겨울에 주로 발생한 AI가 이제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방역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간 상인이 농가에서 AI에 감염된 가금류를 산 뒤 재래시장이나 살아 있는 동물을 바로 잡아 요리하는 교외 음식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AI가 퍼지고 있다”며 “이 고리를 빨리 끊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동남아처럼 AI가 연중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김기석 한국수의공중보건학회장, 이영순 교수 등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아직은 인체 감염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AI에 감염된 동물을 구경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는 사람이 감염되지 않는다”며 “AI 바이러스는 섭씨 75도에서 5분만 가열하면 죽기 때문에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통해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없으며 그런 사례가 보고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AI 확산 방지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중앙과 지방 방역기관을 일원화하고 국가 재난형 전염병의 조기 진단과 경보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재래시장에서는 생닭과 생오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당정은 대형 식당이 도축하는 경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사설 도축장을 만들거나 식당에서의 도축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강원 춘천시 사북면 농가에서 4일 신고된 닭과 오리의 폐사는 ‘H5N1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또 9일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구 등 2곳에서 AI 의심사례 신고가 접수됐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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