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주년 맞는 LG 청소년과학관 부산-경남 ‘과학 요람’ 우뚝

  • 입력 2008년 5월 2일 03시 04분


개관 10년째를 맞은 LG청소년 과학관은 부산 경남은 물론 남부지방 중심 과학관으로 급부상했다. 옛 LG화학 부산 연지공장 터에 들어선 건물 전경(왼쪽 위)과 1만5000회의 공연기록을 세운 ‘과학연극’.
개관 10년째를 맞은 LG청소년 과학관은 부산 경남은 물론 남부지방 중심 과학관으로 급부상했다. 옛 LG화학 부산 연지공장 터에 들어선 건물 전경(왼쪽 위)과 1만5000회의 공연기록을 세운 ‘과학연극’.
부산 경남지역 청소년들의 과학교육 체험학습장인 LG청소년과학관이 이달 13일로 개관 10년째를 맞는다. LG청소년과학관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LG사이언스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민간과학관. 개관 이래 117만6000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도 하루 평균 400명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이곳을 찾고 있다. 부산과 경남은 물론 멀리 전남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 기업 발원지에 과학관 설립

총 3180m²(962평)에 바이오 디지털 신소재 등의 주제로 나뉜 10개 방에는 80개의 첨단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 첨단 디스플레이장치와 센서, 조이스틱을 이용해 줄기세포, 과학수사, 맞춤형 의약품 개발 등 과학의 최신 주제를 게임 형태로 즐긴다.

‘과학연극’은 LG청소년과학관이 7년 전부터 운영해 온 상설 공연프로그램. 어려운 과학 상식을 익살스러운 대사로 전달해 아이들 사이에 꽤 인기가 높다. 지난달 말로 공연 횟수가 어느덧 1만5000회를 돌파했다.

LG그룹이 서울에 이어 부산에까지 과학관을 세운 것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진주사범학교를 나온 구 명예회장은 평소 “한국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과학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학 교육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종종 밝혀왔다. 서울 본사 사옥에 LG사이언스홀을 세웠듯 그룹의 발원지나 다름없는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옛 LG화학 공장 터에 과학관을 세운 것도 그런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최고경영진의 의지는 과학관의 개관을 얼마 안 남긴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꺾이지 않았다. 한 푼이 아쉬운 시기에 왜 과학관을 더 늘리느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과학관 예산은 줄지 않았다. LG사이언스홀 김경덕 국장은 “회사 전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과학관 건설비와 운영 예산은 그대로 집행됐다”고 했다.

부산 과학관은 개관 이래 지금까지 무료 입장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개관식에서 “아이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운영하라”는 명예회장의 특별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 기업 과학관 ‘윈윈’ 구조로

지방 과학관이지만 LG청소년과학관의 전시물은 해외에서도 탐낼 정도로 첨단을 자랑한다. 과학관의 모든 전시물은 지금도 LG그룹 계열사에서 파견된 연구원들과 홍보전문 인력이 직접 개발한다. 전시물을 구성하는 부품도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를 비롯해 LG의 30개 계열사의 생산품을 활용한다.

그 덕분에 1999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과학전시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1998년 LG 사옥을 사업차 방문한 장루이민(張瑞敏) 중국 하이얼그룹 회장은 우연히 LG사이언스홀의 전시물을 둘러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귀국 후 그는 직원들에게 칭다오에 세울 ‘하이얼 고(高)기술과학관’에 이들 전시물을 들여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뜻하지 않던 소득도 얻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10회째를 맞는 LG생활과학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전국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묻기 위해 마련된 공모전은 원래 과학관의 홍보를 위해 시작됐다. LG청소년과학관 한덕문 국장은 “공모전을 통해 얻는 갖가지 제안이 실제로 관련 계열사로 보내져 제품의 기획과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 초등학생 관람객 이제는 과학관 직원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LG청소년과학관은 ‘지역의 과학 명소’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한 국장은 “이제는 길을 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과학관으로 오는 길을 잘 알려줄 정도”라고 했다.

박재문 부산 금명중 교사는 “10년 동안 청소년과학관이 부산 경남지역의 과학교육은 물론 문화 중심 기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한때 손님이던 어린이가 성장해 정직원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운영요원으로 아이들의 안내를 맡고 있는 유은실(23) 씨와 이현진(24) 씨는 1998년 학생 신분으로 처음 이곳을 찾았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유 씨는 “형상기억합금, 화가 로봇 등 지방과학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구경거리였다”며 “그때 기억이 남아 첫 직장을 여기로 택했다”고 했다.

13일부터 LG청소년과학관은 ‘LG사이언스홀 부산’으로 문패를 바꿔 단다. 초등학생과 성인층까지 과학 문화를 즐기도록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한 번 더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부산=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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