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생, 교수 줄고 전문직 늘어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7분


80년대 10명 중 4명이 교수… 90년대엔 1명꼴

대기업 입사 삼성 30% - LG 13% - SK 11% 순

■ 1980∼2007년 졸업생 조사

‘서울대 졸업생 중에는 교수가 많다?’

이젠 옛말이다. 1980년대 초반에는 서울대 졸업생 10명 중 4명이 교수가 됐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에는 졸업생 10명 중 1명만 강단에 섰다. 서울대가 1980∼2007년 졸업생 12만여 명 가운데 동창회 명부를 통해 확인한 3만8028명의 직업을 시기별, 학과·학부별로 다양하게 분석해봤다.

▽교수·연구원↓, 자격증 취득자↑= 28년 동안 서울대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직업은 교수(6480명, 17.0%). 하지만 그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1980∼1984년 졸업생 중 교수가 된 사람은 3214명(36.2%)이었으나 1985∼1989년 2156명(23.7%), 1990∼1994년 878명(11.3%), 1995∼1999년 208명(3.1%)으로 계속 줄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졸업생이 아직 임용 준비 중임을 감안해도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 자격증을 취득해 회계·특허·세무법인에 취업한 졸업생은 1980∼1984년 72명(0.8%)에서 1995∼1999년 161명(2.4%), 2000∼2004년 122명(3.92%)으로 늘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 한상근 소장은 “전문직인 교수는 이미 포화 상태가 된 데다 2000년대 들어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서울대에도 이어져 자격증을 갖춘 전문직이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선망 대기업 ‘삼성’=서울대 졸업생이 가장 많이 진출한 대기업은 단연 삼성. 28년 동안 30대 그룹에 입사한 졸업생 4203명 중 30.2%인 1270명이 ‘삼성맨’이 됐다. LG(546명, 13.0%), SK(445명, 10.6%), 현대·기아자동차(253명, 6.0%)가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에는 28년 동안 480명이 취업해 SK그룹 전체 입사자 수보다 많았다.

그러나 대기업으로 진출하는 졸업생은 1990년대 후반을 정점으로 줄고 있다.

그 대신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등에 합격해 검찰, 법원, 정부부처 등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2000∼2004년에는 처음으로 공무원이 된 졸업생(373명)이 대기업에 취업한 졸업생(332명)을 앞질렀다.

▽전공 살리는 학과는 어디?=교수 사관학교는 자연대였다. 자연대 통계학과는 졸업생 대비 교수 비율이 가장 많은 학과로, 졸업생의 절반가량인 47.7%가 교수가 됐다.

물리천문학부(41.7%), 화학부(38.8%), 생명과학부(35.4%), 수리과학부(34.8%) 등 자연대 모든 학과가 10위 안에 들었다.

전공과 직업이 긴밀하게 연결된 법대 의대 간호대 등은 90% 이상의 졸업생이 관련 분야로 진출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취업률 부풀려 발표 물의

한편 서울대는 30일 “지난해 서울대 졸업생의 취업률이 70.1%를 기록해 지난해 4월 졸업 당시 취업률(56.3%)보다 크게 상승했다”며 “당시 조사가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다시)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의 이번 조사는 취업 여부가 파악되지 않는 졸업생을 총정원에서 제외하고 계산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취업률은 상승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연락이 되지 않는 취업 실태 미파악자를 모두 미취업자로 취급할 수 없어 통계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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