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반도밖 ‘들락날락’ 신호탄?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7분


아파치 헬기 1개 대대

美, 아프간 파병 추진

“한미정상 ‘미군 감축중단 합의’와 정면배치”논란

국방부 “통보 없었다”… 美 “오늘 입장발표 예정”

軍 “전력공백 메우려면 공격헬기 도입 앞당겨야”

《미국이 주한미군 아파치 공격헬기 1개 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 당국은 30일 관련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내에서도 아파치 헬기의 아프간 파병 추진이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주한미군 감축 중단 합의와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본보 4월 30일자 A1면 참조 ▶ 美.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아프간 파병 추진

▽한미 정상회담 합의와는 무관?=정부 관계자는 30일 “(미국이)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아프간 대테러 작전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아파치 헬기의 아프간 투입은 한미 정상회담과는 별개로 추진됐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방안이 검토됐다”며 “지난달 29일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실무자들이 이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미국은 주한미군을 전술적으로 운용하려 한다. 아파치 헬기 1개 대대가 빠져나가도 한미 정상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선을 유지하므로 전력에 타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파치 헬기의 아프간 파병이 한미 정상 간 주한미군의 감축 중단 합의를 뒤집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감축하기로 했던 주한미군 3500명이 아파치 헬기 관련 핵심 공군 인력이란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 내가 미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 먼저 얘기를 꺼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 간 감축 중단에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력에 아파치 헬기도 포함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 일각에서도 올해 말까지 주한미군 감축 동결이라는 양국 정상 간 합의가 사실상 백지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 합의에는 변함이 없으며 아파치 헬기를 한반도 밖으로 빼내는 계획을 미국 측으로부터 통보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1일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신호탄인가=군 안팎에선 아파치 헬기의 아프간 파병 추진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운용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04년 미 2사단 예하 1개 여단 전력을 이라크로 파병한 이후 이처럼 대규모 주한미군 전력이 한반도 밖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추진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바 있다. 또 한미 정상이 동맹 강화를 천명한 만큼 미국은 앞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사전 통보 및 협의를 전제로 주한미군의 전력을 세계 각지로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아파치 헬기의 아프간 파견이 실현될 경우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아파치 헬기는 유사시 북한 기갑부대의 남하와 특수부대의 해상 침투를 저지하는 핵심전력이기 때문. 2004년 주한미군 감축 협상에서도 미국이 아파치 헬기의 감축을 제안하자 한국군 수뇌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아파치 헬기의 아프간 파병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의 ‘철수’로 보고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형공격헬기(AHX) 도입 사업을 앞당기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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