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논리이야기/애매성(曖昧性·ambiguity)의 오류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법학이: 총무과 김 대리는 참 착해.

적성이: 맞아, 저 사람 진짜 복 받을 거야.

법학이: 아유, 이 사오정아!

적성이: 어, 왜? 뭐가?

적성이는 법학이가 말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오정이란 핀잔을 듣게 됐다. 실제 ‘김 대리는 착하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만약 어떤 표현이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사용되면 ‘애매성의 오류’로 불린다. 애매성의 오류란 한 논증에 사용된 개념이 애매(ambiguous·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이 옳은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하거나 모호(vague·확정할 수 없는 가능성이 셋 이상인 경우)하여 전제와 결론의 의미가 불분명해진 걸 일컫는 용어다.

예컨대 ‘어떤 것(nothing)도 신보다 위대하지 않다. 따라서 어떤 것(nothing)은 가장 위대하다’라는 글은 애매성의 오류에 갇힌 논증이다. 전제의 ‘어떤 것’은 ‘아무것도 없다’를 의미하는 반면, 결론의 ‘어떤 것’은 ‘어떤 것이라 불리는 고유한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한 개념을 여러 의미로 사용하면 비논리적이 되기 때문에 ‘애매성의 오류’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애매성의 오류의 또 다른 형태로는 글의 특정 부분만을 강조해 의미 변환을 일으키는 ‘강조의 오류’가 있다. 예를 들어 광고 메일에서 흔히 보는 ‘…을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제목은 대표적인 강조의 오류에 속한다. 회원 가입 등의 절차를 통해 개인 정보가 반대급부로 제공되는 조건의 무료와 건전한 상식으로부터 기대되는 무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의 일상은 상상 이상으로 수많은 애매성의 오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남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다’라는 점술가의 예언은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이 이미 ‘남쪽’과 ‘귀인’ 이라는 두 개념의 사용에서 애매성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양자 모두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공부 열심히 했어요’라는 학생의 답변이 만약 하루 중 단 10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면, 이는 강조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애매성 자체는 우리 일상에서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군사 지역에서 피아의 구별을 위한 애매성의 활용(암호)은 더없이 중요하다. 요컨대 애매성은 양날의 칼인 셈이다. 문장(text)보다는 문맥(context)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스스로의 양심을 거스르지 않는 진술은 애매성의 부정적 측면을 억제하고 긍정적 측면을 촉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다.

임상욱 엘림에듀 CT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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