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중 찾아낸 부피의 원리
위대한 과학적 발견 뒤엔 수많은 우연과 우연…
아인슈타인의 아내는 갓 태어난 아들을 돌보라는 부탁을 남기고 외출했다. 아인슈타인은 한 손으로는 복잡한 공식을 쓰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기계적으로 요람을 흔들고 있었는데, 아들의 울음소리는 안중에 없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일화(逸話)다.
과학에서 빠질 수 없는 일화가 있다. 바로 ‘우연한 발견’이다. 이 책은 과학자들이 쓴, 혹은 그들 자신에 대한 역사적인 사건들의 모음이다. 다음에 나오는 과학 일화를 논술과 관련시켜 생각해보자.
(가) 1943년 독일 폭격기에서 투하된 폭탄 하나가 고성능 폭탄과 100톤의 겨자 가스(mustard gas)를 실은 미국 함선 USS 리버티에 떨어졌다. 리버티 호는 폭발했고 겨자 가스 연기가 항구를 뒤덮었다. 로즈 박사는 독에 희생된 사람들을 치료하던 중 겨자 가스가 혈구에 미친 영향에 충격을 받았다. 가스에 노출되자마자 백혈구 수치가 올라가더니 다른 백혈구 세포의 수치가 거의 0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겨자 가스가 백혈병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몇 달 뒤 시키고의 암연구자가 질소 머드터드-겨자가스 및 그와 관련된 화합물을 사용하여 백혈병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97쪽)
(나) 문제를 이리저리 연구하던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게 되었다. 그는 욕탕에 앉다가 탕에서 넘친 물의 양이 자기 몸이 잠긴 부피와 동일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단서가 되는 것이었다. 아르키메데스는 기쁜 마음에 즉시 탕에서 뛰어나와 벌거벗은 채로 집으로 뛰어가면서 그리스어로 크게 반복해서 외쳤다. “유레카(heureka·‘원하던 것을 찾았다’는 뜻), 유레카.” (229쪽)
위의 내용은 과학적 발견에 얽힌 일화다. (가)는 폭탄이 암 치료법을 가르쳐준 경우다. 폭탄의 일종인 겨자 가스는 백혈병 치료에 화학요법을 도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나)는 아르키메데스가 물질의 비중을 알아내는 방법을 알아내는 순간이다. 이처럼 일화는 생생하면서도 쉬운 방식으로 과학을 이해시킨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와 (나)의 공통점을 밝히고 또 다른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란 문제를 생각해보자. (가)와 (나)의 공통점은 ‘우연히 과학 이론을 발견한 일화’다. ‘우연한 발견’은 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우연은 자연이 베푸는 선물과 같다. 또 다른 사례로 플레밍의 라이소자임과 페니실린 발견을 들 수 있다. 라이소자임은 세균 배양 접시에 우연히 자기 콧물이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변화를 통해 발견했고, 페니실린은 씻어두지 않은 배양 접시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모두 플레밍의 천성적인 불결함과 관련된 ‘우연한 발견’이다.
과학적 발견을 보여주는 일화들은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것’이 과학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면서 폭소를 자아낸다. 물론 일화가 과학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일화를 통하여 과학이라는 ‘종교’를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이해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