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역사에서 논술의 길 찾기]티베트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0분


《중국의 자치구인 티베트에서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항쟁이 일어났다. 시위 참가자들은 라싸 거리에서 중국 경찰 및 군대와 충돌을 벌였다고 한다.

다급한 중국 정부는 티베트 자치구를 봉쇄해 언론이 상황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한 뒤 진압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혈 진압으로 약 1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심지어 1000명이 죽었다는 보도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국제 사회에 알려지자 몇몇 나라는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나 폐막식 행사에 부분적으로 불참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작은 땅’ 티베트, 중국은 왜 절대 포기 안 할까

이번 소요는 중국 정부 시각에서 보면 가장 안 좋은 시점에서 벌어졌다. 올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6월에 올림픽 성화가 라싸를 통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세계적 열강임을 대대적으로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티베트에서 발생한 소요가 이러한 계획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대규모 군대의 보호 아래 성화를 이동시킬 것인가, 아니면 독립 요구 시위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중국 정부는 무력을 사용해 라싸의 시위를 진압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언론들이 이러한 사태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소요는 티베트 독립 운동에 활기를 불어 넣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티베트 강점을 국제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항쟁의 발단은 3월 10일 라마교 승려들이 주도한 평화 시위였다. 그것은 라싸에서 독립을 요구한 1959년 봉기의 49주년 기념 행사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자, 이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점점 항쟁의 규모가 커져 갔다. 현재 탱크를 앞세운 중국 경찰은 라싸를 사실상 계엄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중국 정부는 모든 시위 참가자에게 3월 17일 밤 12시까지 투항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시위는 중국 내 티베트인 밀집 지역뿐 아니라 중국과 인접한 인도, 네팔까지 번져 수십 년 동안 응어리진 티베트인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멀리 떨어진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의 중국 대사관 앞에도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이는 등 국제적 항의 행동도 확산되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왜 중국과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가?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티베트의 현대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 티베트의 역사는 제국주의 열강에 의한 영토 분쟁의 역사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영국은 식민지 인도와 중국 사이에 완충지대를 형성할 목적으로 티베트를 점령했다. 그 후 한동안 영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티베트는 1949년 장제스가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인민해방전쟁에서 승리한 뒤, 중국 공산당 정부에 의해 1951년 중국에 강제 합병되었다. 강대국에 억눌려 온 티베트인들의 분노는 1959년 티베트 민중 항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중국군은 잔혹한 진압 작전을 벌여 수만 명을 학살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티베트인의 고유 신앙이라 할 수 있는 라마 불교를 탄압하면서 수만 개의 불교 사원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989년에도 대규모 항쟁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나라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티베트인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5000년이 넘는 중국의 역사에서 집권세력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하면 중국이라는 광활한 영토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을 단일한 통치 단위로 동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였다. 만일 중국을 이루는 하나의 소수민족이 중국이라는 통치 단위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을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다른 소수민족들에게 분리, 독립의 열망을 부추길 것이다. 중국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수민족이 이 같은 요구를 한다면 중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중국에 티베트의 문제는 통치와 동화의 문제이다.

중국의 의도는 중국 정부가 1951년에 강제로 티베트를 합병했을 때부터 나타난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티베트 정부와 이른바 ‘17조 협정’을 체결한다. 그런데 체결한 17조 조항은 모두 티베트인들의 요구가 잘 반영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에 의해 작성된 것이었고, 이 협정서는 티베트 측에 사실상 강요된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티베트는 중국에게 자원의 보고다. 중국어로 티베트의 명칭은 시짱(西藏, 서장)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서쪽의 보물’이란 뜻이다. 이 말처럼 티베트는 풍부한 천연자원의 나라다. 그 종류는 핵에너지 원료인 우라늄을 비롯하여 60여 가지가 넘는다. 또한 티베트는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다. 티베트에서 시작되는 강은 인도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러시아로까지 연결된다. 중국은 현재 내륙 지방에서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티베트의 수자원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티베트는 중국에 경제적 요충지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 지배를 포기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지역이 인도 네팔 버마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군사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티베트 문제에 대해 지난 60여 년 동안 중국 정부가 취한 정책은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서방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로 티베트인들의 분리, 자치 요구를 억눌러온 중국은 자신의 이익보다 티베트의 개발이라는 명분에서 그 정당성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중국이 티베트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지역에 사는 평범한 티베트인들이 그러한 개발을 통해 사실상 어떠한 이익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티베트인들은 중국 정부의 개발 방식은 그들의 군사적 경제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새로 개통된 철로도 유사시 중국군이 티베트에 더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티베트에서 나오는 천연자원을 외부로 더 많이 더 신속하게 반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철로의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 파괴 문제도 티베트인에게는 중요한 이슈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이 중국 점령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등장하고 ‘티베트 독립’ 구호가 등장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많은 티베트의 대중은 달라이 라마를 자신의 지도자로 존경하며 독립 국가 건설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牝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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