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주남저수지 탐방시설 설치 ‘시끌’

  • 입력 2008년 3월 19일 07시 16분


경남 창원시가 최근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주변에서 탐방시설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가 최근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주변에서 탐방시설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새들에게 천적이나 마찬가지인 구조물 설치는 당연히 자제해야 합니다.”

‘새 박사’인 윤무부 전 경희대 교수는 18일 경남 창원시가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설치하려는 탐방시설과 관련해 “인공시설을 자꾸 만들면 결국 새도, 사람도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창원시는 “10월 말부터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COP 10)’를 앞두고 국제적 철새 도래지에 어울리는 생태탐방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며 공사 방침을 굽히지 않아 마찰이 예상된다.

▽탐방시설 조성=국비 등 76억4000만 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3개 분야로 진행된다. 8월 말 완공 예정으로 최근 기초공사가 시작됐다. 창원시가 한국농촌공사 창원지사에 위탁해 추진한다.

토목 부문은 길이 1247m, 너비 3m의 저수지 제방을 황토로 포장하는 공사를 비롯해 너비 1.8∼3m, 길이 450m의 목도 설치가 포함돼 있다. 또 관찰 데크를 4곳에 만들고 저수지 제방과 저수지 사이에 너비 1m, 길이 1497m의 물억새 차폐림도 조성한다. 3769m²의 솟대공원(낙조대)과 장애인 보도시설도 마련된다.

992m²의 학습관 1동을 새로 짓고 기존 생태학습관은 고치는 한편 탐조대와 상징물도 설치한다. 가월수문과 주남수문 사이의 전선을 땅에 매설하는 지중화 공사도 함께 추진된다.

▽“참 무모하다” 주장=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은 “COP 10을 앞두고 주남저수지를 제물로 삼으려 한다”며 “창원시의 환경행정은 세계적 망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외국의 생태학자들도 철새 서식지에 건물을 짓고 다리를 놓는 몇 안 되는 나라로 한국을 꼽는다”며 “주남저수지에서 필요한 것은 오수 차단과 쓰레기 제거”라고 지적했다.

큰 새인 재두루미는 반경 500m가 안전지대로 확보돼야 하는데도 낙조대 예정지는 재두루미가 잠자리와 채식지로 활용하는 농경지가 바로 보이는 곳이어서 문제가 크다는 것.

또 목도가 설치될 지역도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는 물론이고 물꿩, 물닭,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번식지여서 보존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은 “낙조대와 목도 설치는 특히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윤 전 교수는 “고니 등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불필요한 시설물과 환경오염인데도 상식에 어긋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일방적 반대는 곤란” 반박=창원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사업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 조류전문가 등이 다양하게 참여했으며 의견을 반영해 규모도 조정했다는 설명.

창원시 강원규 환경국장은 “주남저수지를 세계적인 명소로 가꾸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며 “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남, 주남, 동판저수지로 이뤄진 주남저수지(595만 m²)는 창녕 우포늪과 함께 COP 10 공식 방문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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