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2008+10&-10]전등1개 끄면 걱정10개 꺼집니다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맞벌이를 하는 오빛나(29·여·인천 강화군 불은면) 씨는 지난해부터 ‘에너지 가계부’를 적고 있다. 가족들이 평소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약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오 씨는 우선 TV와 세탁기, 오디오 등 가전제품은 사용 직후에 플러그를 뽑아 놨다. 전원을 꺼도 플러그를 통해 소모되는 ‘대기(待機) 전력’이 가정 소비 전력의 11%나 된다. 플러그만 뽑아도 1년에 한 달은 공짜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지구를 점차 병들게 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도 가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제2, 제3의 ‘오빛나 씨’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심도 기대에 못 미친다.

정부는 기름을 덜 먹는 경차를 국민에게 권유하지만 정부과천청사의 직원 주차장을 둘러보면 경차는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렵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해 12월 수도권 공공장소의 실내 온도를 조사한 결과 관공서 대형마트 백화점 은행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등 262곳 중 겨울철 실내 적정 온도(18∼20도)를 지킨 곳은 65곳(24.8%)에 그쳤다. 나머지는 실내 온도가 적정 온도보다 더 높았다.

일본 도쿄의 겨울철 도시가스 판매량은 여름의 4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박희천(경제학) 인하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월 난방비는 8월의 14배나 됐다. 한국이 일본보다 겨울철 기름 사용이 월등히 많은 셈이다.

박 교수는 “유럽과 일본의 가정에서는 겨울철에도 20도 수준을 유지하는데 한국에서는 25도도 춥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 마인드가 너무 없는 것 같다”며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제도적, 구조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개포1·2차 우성아파트(1140가구)는 2년 전 낡은 보일러를 교체하면서 보일러 폐열을 활용하는 열병합 발전기를 설치해 연간 12억 원어치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에너지기금에서 지원받은 설치비 34억 원을 모두 회수하는 내년부터는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 이후 도보로 출퇴근하는 이종건 충남 홍성군수는 에너지 절약을 관에서 민으로 확산시킨 좋은 사례다. 홍성군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 마인드가 군민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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