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전국 동시 학력 진단평가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7분


“또박또박…” 전국 중1 진단평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창덕여중에서 한 학생이 중1 진단평가를 치르기에 앞서 OMR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이날 전국에서 중학교 1학년 68만여 명이 5과목에 걸쳐 동시에 진단평가를 치렀다. 박영대  기자
“또박또박…” 전국 중1 진단평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창덕여중에서 한 학생이 중1 진단평가를 치르기에 앞서 OMR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이날 전국에서 중학교 1학년 68만여 명이 5과목에 걸쳐 동시에 진단평가를 치렀다. 박영대 기자
‘서열화’ 우려 학교별 성적 비교 안해

중학교 1학년의 학력을 평가하는 진단평가가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고 평가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학력 증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중1 학생 68만여 명은 새로 배정받은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 대한 진단평가를 받았다.

진단평가는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해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연말에는 학업성취도평가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학력 평가를 위한 시험을 치르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1 진단평가는 시도교육청에서 전체 또는 학생의 1∼3%를 표집해 따로 실시해 왔다.

지난해 9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날로 심각해지는 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전국 단위로 진단평가와 성취도평가 등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출제 됐나=서울시교육청이 출제를 담당한 이번 진단평가는 전 과목에서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5개 과목에서 25문항씩 총 125문항이 출제됐다. 모두 5지선다형으로 주관식 문항은 없었고 출제 범위는 초등학교 6학년 교육과정 전체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잘 이수했는지를 판단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어렵게 출제할 이유가 없었다”며 “전체적으로 쉬운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창덕여중 1학년 배우리(13) 양은 “중학교에 진학한 뒤 첫 시험인 데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 무척 긴장했다”며 “전반적으로 쉬웠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소홀히 했던 전자석 관련 문제가 나온 과학이 조금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 청운중 이유미(영어) 교사는 “영어 과목도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된 가운데 영어로 만들어진 달력을 주고 아이들의 생일 순서를 맞히는 문제는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평가 결과, 어떻게 활용되나=진단평가 결과는 16개 시도교육청에 따라 다르게 활용된다.

시도교육청은 지역의 학력 수준이 드러나거나 성적에 따른 학교의 서열화가 우려되는 학교별 비교나 전국 단위의 비교자료는 만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던 학생들은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생겨 학교 또는 시도교육청 간에 학력 증진을 위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경기도 대구시교육청은 과목별로 △개인 취득 원점수 △학교 평균 △시도 평균 △학교 내 석차 백분율 △시도 내 석차 백분율을 제공한다.

여기에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서의 석차를 추가로 알려주고, 대구시교육청은 남녀 성별에 따른 평균과 석차 백분율을 공개한다.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교육청은 개인 취득 원점수와 시도 전체 평균을 제공하고 시도 전체 성적을 9개 등급으로, 전남도교육청은 개인 취득 원점수와 시도 전체 성적을 4등급으로 구분해 성적표를 낼 방침이다.

반면 강원도교육청은 성적을 학생들에게 통지하지 않고 학교에서 수업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단평가 결과는 학생들의 학습 방법 개선이나 학력 신장에만 활용될 것”이라며 “이 결과를 토대로 학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1일에는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 대해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시도교육청별 중1 진단평가 결과 통지 방침
공개내역서울 부산
인천 경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충북
전북전남경북
제주
경남충남강원
개인 원점수X
학교 평균XXXX
시도 평균XX
학교 석차백분율XXXXXXX
시도 석차백분율XXXXXX
기타△학교 내 석차 공개: 경기 경북 △9등급으로 성적 표시: 광주 대전 울산 충북 경북△4등급으로 성적 표시: 전남
<○: 개인별 공개 X: 비공개 자료: 각 시도교육청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촬영 : 박영대 기자

“교육 질 향상” “사교육 조장” 전국평가 찬반 논쟁

6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 중1 진단평가를 두고 학력 신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과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주장 등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일선 학교 대부분은 초등학생들이 현재 중학교에 진학할 때 초등 6년간 자료가 중학교에 전혀 올라오지 않는 데다 학생들의 능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학업 지도를 위해 반드시 진단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정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장은 “효율적인 수준별 수업을 위해서도 중학 1학년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진단평가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학교와 지역, 전국에서 자녀의 학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학부모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일부 학부모 단체는 중1 진단평가를 ‘일제고사’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단평가 중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단평가가 이미 사교육을 조장했다”며 “학원과 서점에 모의고사 문제집이 넘쳐나고 각종 특강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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