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학교에 마을도서관을]지자체도 팔 걷었다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졸업식이 사라진 한평초교에 101번째 도서관이 찾아왔다. 마을 주민 8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월 28일 경남 진주시 대평면 대평리 한평초교 강당에서 한평마을 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진주=염희진  기자
졸업식이 사라진 한평초교에 101번째 도서관이 찾아왔다. 마을 주민 8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월 28일 경남 진주시 대평면 대평리 한평초교 강당에서 한평마을 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진주=염희진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곳곳에서 ‘학교마을도서관’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본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연중 캠페인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에 동참하는 지자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시군 단위는 물론이고 도 전체가 협약을 맺고 학교마을도서관에 예산 및 인력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4월 경남 거제교육청을 시작으로 지자체 참여는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일대로 확산되고 있다.

○ 강원도 전체가 마을도서관 유치

‘작은 도서관…’ 김수연 대표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으로 강원도를 꼽았다. 3일 강원도와 ‘농어촌지역 학교마을도서관 조성 협약’을 체결하며 강원도 전역에서 도서관 사업을 지원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강원 춘천시 도청 신관회의실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김진선 지사를 비롯해 태백시 삼척시 횡성군 등 9개 도내 시군 지자체장이 참석했다. 해당 시군의 10개 학교에 올해 안에 학교마을도서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강원도 등은 모두 1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 지사는 “학교마을도서관은 어린이들의 꿈이 영글고 성인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는 마을 사랑방이 될 것”이라며 “마을도서관 지원을 포함해 농어촌 독서문화 확충을 위해 도 차원에서 담당 부서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강릉시(시장 최명희)가 학교마을도서관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강릉시와 시의회, 교육청은 지난해 7월에 먼저 ‘작은 도서관…’과 ‘학교마을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왕산초교 옥계초교 등 모두 6개 도서관이 건립돼 전국에서 학교마을도서관이 가장 많은 지역답게 지원도 적극적이다. 강릉시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핵심 인력인 사서 도우미를 시내 모든 학교마을도서관에 지원한다. 교육청도 도서관에 필요한 제반시설 및 강연 프로그램 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경남에서 시작해 전남으로 확산

학교마을도서관에 지자체 참여의 물꼬를 튼 것은 경남 거제교육청이다. 지난해 4월 ‘책 읽는 문화 활성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학교마을도서관과 상호 협약을 맺었다. 현재 일운초교 장목초교 명사초교 등 세 학교에서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경남 거창군(강은순 부군수 권한대행)과 함양군(군수 천사령)도 연이어 동참했다. 거창군은 지난해 11월 16일 ‘책 읽는 평생학습도시 거창 만들기 협약’을 맺고 앞으로 군내 총 12개 읍면에 학교마을도서관을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함양군이 ‘작은 도서관…’과 ‘책 읽는 선비의 고장 함양 만들기 협약’을 맺었다. 두 곳 모두 주민들을 위한 학교 개방, 야간 운영비용 및 인력 등을 지원한다.

올해는 호남 지역의 지자체들이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전남 강진군(군수 황주홍)이 ‘작은 도서관…’과 협약하고 학교마을도서관에 대한 인력과 운영비 지원을 약속했다. 강진군에서는 다음 달 처음 학교마을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달 21일에는 전남 영암군(군수 김일태)도 학교마을도서관 활성화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재정 없어 엄두 못내다 천군만마 얻은 기분”▼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을 짓고 싶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재정이 열악해 엄두를 못 냈던 거죠. 학교마을도서관 얘기를 듣고는 이거다 싶었습니다.”

21일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책 읽는 영암 만들기 협약식’을 체결하는 전남 영암군 김일태(사진) 군수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올해 평생교육도시로 선정돼 주민 지식학습 기반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그에게 학교마을도서관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2개의 공공도서관과 지역을 도는 이동차량 도서관이 있지만 아쉬움이 컸습니다. 오래전부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면마다 설립했으면 했거든요. 학교마을도서관은 그 꿈을 실현할 최고의 대안이었습니다.”

김 군수는 협약과 아울러 올 상반기 시정초등학교에 첫 번째 학교마을도서관을 만들 예정이다. 도서관 야간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나 비용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김 군수는 가능하다면 이를 시작으로 군내 17개 초등학교에 모두 학교마을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학교마을도서관을 터전으로 주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데 기대가 크다. 현재 운영 중인 노인대학과 친환경농업교육, 여성주민자치대학 등을 연계해 도서관을 주민 학습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반상회 등을 통해 학교마을도서관을 적극 알리겠습니다. 문화 콘텐츠에 목마른 지방 농촌에서 도서관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책은 더욱 가치를 발한다고 믿습니다. 도서관은 그 중심이 될 것입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