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신중’ 요청에 초기 소극대응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4분


■ 안이했던 소방당국

1시간만에 “큰불 잡았다” 성급한 판단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의 화재가 숭례문이 전소되는 대형 참사로 번진 1차적 원인은 소방 당국의 안이한 대응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숭례문이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인 데다 국보 1호라는 상징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소방당국이 초동 대응에 실패해 화재를 키웠다는 얘기다.

소방당국은 10일 오후 8시 45분경 숭례문 2층 누각에서 시작된 불길을 1시간여 만에 잡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잔불 처리만 하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 영상취재: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하지만 이날 오후 10시 40분경 숭례문 현판 부위에서 불씨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때 소방당국은 불길의 향방과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소방호스로만 물을 뿌리다 화재를 키웠다는 것이다. 한편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를 의식해 소방당국에 가능하면 신중하게 화재를 진압해 달라고 부탁, 소방당국이 소극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초동 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소 숭례문의 화재 대책도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화재청과 서울 중구청 등에 따르면 현재 숭례문에는 1, 2층에 나뉘어 비치된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소방시설의 전부다. 감지기 등 화재 경보 설비는 전혀 없는 상태다.

또 중앙 통로에 있는 아치 모양의 홍예문이 개방되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 사이에 평일 3명, 휴일 1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하지만 그 이후에는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이날도 오후 6시 관리 직원 1명이 퇴근한 뒤 홍예문 관리 인력은 아무도 없었다. 홍예문 폐쇄 시간에 발생한 화재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특히 숭례문은 야간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어 누전 등 전기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 방화 위험도 비교적 큰 편이다.

2005년 강원 양양군 낙산사 화재로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이 소실된 데 이어 국보 1호인 숭례문에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목조 문화재의 화재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문화재청은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 이후 중요 목조 문화재가 산불 등으로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해 지난해부터 1차로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등 4곳에 수막설비와 경보시설 등을 설치했다.

숭례문도 우선 구축 대상인 중요 목조 문화재 124개에 포함돼 있으나 우선순위에 밀려 아직까지 방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문화재안전과 등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비상근무에 돌입해 정확한 피해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목조 건물이다 보니 소방수(消防水)로 인한 단청 등의 훼손도 있을 수 있다”며 “정확한 화재 피해 상황이 나오는 대로 보수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영상취재: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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