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6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공무원 감축한 신정훈 나주시장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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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줄고 재정자립도가 밑바닥인데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신정훈 나주시장은 27일 공무원노조 등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무능 공무원 퇴출 등 조직 개편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나주=정승호 기자
“인구가 줄고 재정자립도가 밑바닥인데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신정훈 나주시장은 27일 공무원노조 등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무능 공무원 퇴출 등 조직 개편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나주=정승호 기자
인구줄고 재정자립도 바닥인데 공무원 증원은 말 안돼

청탁-협박-노조 반발 딛고 강행… 생산적 조직 탈바꿈

지난해 4월 전남 나주시에서는 한 달에 서너 번만 출근하고 연봉 수천만 원을 꼬박꼬박 받은 8급 기능직 공무원 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도 검침 및 체납요금 담당자인 두 사람은 3년간 무단결근을 ‘밥 먹듯’했다. 출근한 날도 1, 2시간 잡담을 하다가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2500만∼3000만 원의 연봉은 꼬박꼬박 이들의 통장에 들어갔다.

이들이 폭행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직무유기 혐의가 드러나자 신정훈(45) 나주시장은 두 사람을 바로 직위해제했다.

신 시장은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의원 시절 공무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실상이 이런 줄은 몰랐다. 이를 계기로 조직 개편과 무능한 공무원 퇴출의 고삐를 바짝 당기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는 2002년 말부터 2007년 6월 말까지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공무원 정원을 줄였다.

다른 지자체는 주민 밀착형 행정을 편다며 공무원 수 늘리기에 바빴지만 나주시는 이 기간에 정원을 4명 줄였다.

지난해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27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인구가 9만6000여 명인 나주시의 현재 공무원 수는 951명. 정원보다 14명이 적다.

신 시장은 “인구가 줄고 재정자립도가 밑바닥인데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공무원을 줄이면서 아마 표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웃었다.

‘농민시장’ 또는 ‘무소속시장’으로 불리는 그는 학생운동과 농민운동을 하다가 2002년 무소속으로 전국 최연소 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인원은 어떻게 감축했나.

“인구는 매년 1200명씩 줄고 인건비는 전체 예산의 20%에 육박해 감원을 추진했다. 조직 개편 6개월 전부터 없앨 자리에는 충원을 하지 않고 공로연수나 명예퇴직을 신청한 자리는 겸직 발령을 냈다.”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았을 텐테….

“행정직과 기능직 가운데 운전업무 종사자 10명을 줄이기가 무척 힘들었다. 5급 사무관 1명과 6급 담당급 6명을 비롯한 중간관리자 7명을 감원하는 데 공무원노조가 강하게 반발했지만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갔다. 청탁과 협박에 시달렸다. 지인을 통해 ‘봐 달라’고 부탁하고 휴대전화로 ‘다음 선거 때 보자’는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초 강도 높게 무능 부적격 공무원 퇴출에 나섰는데….

“공직사회 특성상 부정부패 공무원을 적발하기는 쉬워도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을 솎아 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고 근무시간에 주식투자를 하거나 업무보다는 부업에 더 신경을 쓰는 부적격 공무원을 적발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전체 직원 설문조사를 했다. 공정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 16명을 퇴출대상자로 정하고 이들을 전보조치하거나 경고조치했다.”

―성과를 꼽는다면….

“작지만 큰 희생을 통해 ‘적당히 일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한 생각을 하는 공무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복지 농업 보건 등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건설 등 나주의 미래를 준비하는 분야를 생산적 조직으로 바꿨다. 기업처럼 모진 평가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무원은 도태시키는 등 ‘철밥통’을 깨야 공직사회의 대국민 기여도가 높아진다.”

―새 정부에 무엇을 바라나.

“농산과 농업유통과 농업기술센터 등 농정 관련 부서와 기관을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농촌진흥법 등 관련 법규는 통합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도·농 통합시의 경우 읍 설치 기준이 인구 2만 명 이상으로 돼 있어 불합리한 점이 많다. 행정 수요에 따라 단체장이 공무원을 늘리기도 하고 줄일 수 있도록 정원 조정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나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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