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 박사의 신나는 책읽기]베드타임 동화 어떤게 좋을까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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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쉬운 전래동화로 ‘이야기 자장가’ 불러요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잠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꿈나라까지 엄마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부모와의 ‘분리 불안’을 잊기 위해 이야기를 청한다. 침대 옆에서 자녀에게 읽어주는 베드타임 동화가 부모의 처지에서는 다른 목적을 가진다. 부모에게 이 시간은 단순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 아니다.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도덕교육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베드타임 동화 속에 부모들은 슬쩍슬쩍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끼워 넣는다. 이 과정은 평소 판에 박힌 듯 살아오던 어른의 삶에 창작의 기쁨을 안겨준다.

베드타임 동화가 수천 년 이상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나 어른 중 한쪽만 기쁨을 얻는다면 아마도 그렇게 오랫 동안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 전래·창작동화로 상상력을 자극하라

잠들려는 아기에게 어떤 동화를 들려주는 것이 좋을까.

옛날부터 가장 애용된 이야기는 전래동화와 창작동화 중에서 스토리성이 강한 작품들이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굽이굽이 흘러가는, 그래서 듣기만 해도 이야기의 줄거리가 구슬처럼 꿰어지는 동화는 베드타임 스토리의 인기 메뉴였다.

잠들려는 아기들은 몸이 노곤하고, 정신은 몽롱하고, 그래서 주의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다. 이런 상태의 아기들에게 그림책은 적당하지 않다. 그림책은 그림 속에 이야기가 숨어 있는 책이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두뇌가 민첩하게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러니 잠들려는 아기들에게 이런 활동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전래동화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을까.

이야기 고를 때에 가장 먼저 유의할 점은 무섭지 않고, 밝고, 아름다운 내용의 동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귀신 나오는 이야기, 피 흘리며 죽는 이야기, 원수 갚는 이야기, 찔러 죽이는 이야기 등은 적당치 않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천재적인 상상력으로 무서운 장면이나 아름다운 장면이나 모두 두뇌에 새겨 둔다.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날 아기들은 자다가 울거나 잠을 깰 확률이 높은데, 그런 이야기가 악몽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악몽은 안락한 잠을 방해하기 때문에 악몽을 자주 꾸는 아이들은 신체 발육에도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베드타임 동화를 고를 때 두 번째로 유의할 점은 익숙한 이야기를 고르는 것이다. 한 번도 읽어준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는 잠들려는 아기의 두뇌에 부담이 된다. 비몽사몽간에 듣는 이야기는 엄마가 한 번이상 여러 번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더 좋다.

○ 듣기능력 기르기

베드타임 동화로 유명한 엄마 중에 독일의 문호 괴테의 엄마가 있다.

괴테가 5세가 되어 글자를 깨치기 전까지, 그의 엄마는 아들에게 베드타임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괴테는 5세 전에 엄마로부터 전래문학을 다 들었고, 수많은 동시를 들었다. 나중에 읽어줄 책이 없어지자, 이들 모자는 이야기 들려주기의 역할 바꾸기를 했다. 그동안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괴테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독서놀이였는데, 매우 정확하고도 완벽한 스토리를 재현했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이나 존경받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의 기술’이 있다. 존경이나 성공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그 헤아리는 기술이 바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경청의 기술을 가르쳐 주는 방법으로는 베드타임 동화만큼 유익한 것도 드물 것이다. 괴테처럼 매일 밤 듣는다면, 듣기 기술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 집중력 길러주기

베드타임 동화 듣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 번 들려준 이야기를 또 들려주어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이용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잠들려는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읽어주다가 고의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섞는다. 그러면 아이가 ‘그건 아니잖아요’ 한다면 엄마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아이쿠, 엄마가 그만 다른 이야기를 했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지?”

그러면 아이가 스토리를 이야기 한다.

매일 밤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면 아이는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하면 아이는 엄마의 감시자가 되어 더 집중하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읽어주고 그냥 책을 덮는 것보다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생각해 보는 질문을 한두 가지 던지면 가치관은 더 튼튼해진다. ‘토끼와 자라’를 읽어준 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이들의 가치관은 더 튼튼해질 것이다.

“용왕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에게 간을 달라고 하는구나. 만약에 네가 토끼라면 이런 용왕에게 어떤 별명을 지어주고 싶니?”

“토끼는 죽음을 면하기 위해서 용왕에게 거짓말을 하는 구나. 이런 거짓말도 나쁜 걸까?”

이렇게 갈등 상황을 제시해 주면, 아이는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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