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허균의 생각

  • 입력 2008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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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생각] 이이화 지음·뿌리 깊은 나무

신분의 벽이 조선의 병폐였다면

현대에는 학력-지역-性 차별

이름만 달라진 사회적 부조리

여러분이 허균이라면 어떻게…

우리는 순종과 타협의 길을 간 역사 속 인물에게선 감동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용기 없는 방관자일 뿐이다. 그러나 시대적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고 자신의 사상을 창조한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의 깊이를 더해준다. 그가 바로 허균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허균의 개혁과 저항의 이론을 밝힌다. 그의 정치, 학문, 문학에서 신분 차별을 타파할 것을 외치고 저항 이론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정치 부분에서 드러난 허균의 생각을 논술과 관련시켜 들여다본다. 책의 내용 중 다음 대목을 보자.

(가) 인재는 초야에서도 구하고 시정의 무리 중에서도 뽑고 항복해 온 적장 중에서도 뽑아서 저마다 알맞은 자리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 위에서 그는 적서차별을 없앨 것을 주장하였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인구가 적어 인재가 드물기 때문에 인물 본위로 등용해야 하고 자기 재능에 따라 알맞은 자리에 나라의 이익과 백성의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85쪽)

(나) 길동은 끝내 제약받는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벗기었다. 서류로서는 엄두도 못 냈던 병조 판서의 관직을 내던지고 자기의 행동이 모순된 제도를 최고 통치자인 임금에게 알리려는 것이었음을 솔직히 밝혔다. 마침내 길동은 집안과 나라에서 받는 차별적인 제약을 없애고 서류의 소원을 풀었다. 그가 세운 율도국은 적서 차별이 없고 신분적 제약이 없는 사회였다.(88쪽)

허균은 인재 등용과 서인의 철폐를 주장한다. (가)에서 허균은 적서 차별의 철폐를 바탕으로 인재를 등용할 것을 주장한다. (나)에서 허균의 생각은 이상국인 율도국으로 구체화된다. 허균의 생각은 개혁에 모아진다.

논술에서 ‘신분차별’과 ‘이상향’이란 테마는 중요하다. 신분차별이 조선시대에는 존재했으나 오늘날에는 철폐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신분차별과 다름없는 현상은 발생한다. 신분차별이 학력, 지역, 성(性), 인종 차별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을 재료로 논술 문제를 만들어보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의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밝히고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본다. 오늘날 학벌이 신분을 결정하는 세태를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나아가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입시제도를 사례로 들어 합리적인 인재선발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떠올려보자.

② ‘(나)에서 이상국인 율도국의 한계와 그 보완책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생각해보자. 차별 없는 율도국은 상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능력에 기초한 지위 획득을 사회적 제도를 통해 마련하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고민해보자.

허균의 고민과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적 부조리 속에 각종 차별이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한 말이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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