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엄마 책 읽을건데 넌 뭐할거니?”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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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도서관 ‘책읽는…’ 김소희 관장의 조언

올해 대학입시에서 나타난 논술고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답안을 잘 쓰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글을 정확하게 읽어 내려면 초등학생 때부터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긴 겨울 방학, 초등학생 자녀에게 책읽기 습관을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의 김소희 관장은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책을 펼쳐 들라”고 조언했다. 김 관장은 지난해 자녀 독서지도에 관한 책 ‘참 좋은 엄마의 참 좋은 책 읽기’(화니북스)를 펴내기도 했다.

김 관장의 집에는 ‘엄마의 서가’가 있다. 말처럼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고 서재 한 귀퉁이에 ‘엄마의 서가’라고 딱지를 써 붙인 것이다. 그곳에는 요리책, 인테리어책, 소설책 등 그녀가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을 꽂았다. 엄마가 하는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던 딸(초등학교 5학년) 아이도 어느 날 서재 귀퉁이에 자신의 이름을 따 ‘동아의 서가’라는 글씨를 써 붙였다. 모녀의 책꽂이에는 잘 가꾼 화단처럼 새 책들이 들어섰다 또 사라졌다. 서가는 장식장처럼 ‘죽은 공간’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김 관장의 믿음이다.

넉넉한 공간이 없다면 박스 하나를 놓아도 좋다. 김 관장은 식탁 옆 자투리 공간이든, 베란다 한 편이든 일단 엄마의 책꽂이를 놓고, 책을 한 권씩 채워 넣으라고 권했다. “책 좀 읽어라”는 닦달보다 이름 높은 독서교실에 보내는 것보다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아이들 앞에서 읽는 티를 내며 ‘잘난 척’을 하세요. 아이들은 엄마를 그대로 따라하거든요.”

김 관장은 동아 앞에서 일부러라도 무엇이든 읽었다. 잡지든 광고 전단지든 가정통신문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읽으면서 딸에게 당당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 지금 책 보는데, 너는 뭐할래?”

바쁜 맞벌이 엄마라면 매일 밤 자기 전에 혼자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좋다. 김 관장은 동아가 어릴 때는 자신도 그림책을 읽었다. 그러면 동아가 슬그머니 다가와 관심을 보였다. 동아가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일주일이 걸리더라도 이 책만은 엄마랑 같이 읽자”라고 약속하고 자기 전에 서로 한 챕터씩 읽어 주고 있다. 책은 챕터 구분이 잘 되어 있는 과학, 상식, 역사, 경제학 책을 고른다. 혼자 읽으면 진도가 잘 안 나가지만 꼭 읽어야 할 책들이다.

김 관장은 격주 토요일마다 동아와 ‘서점 데이트’를 한다. 3년 전부터 시작한 나들이다.

“저흰 서점에 가면 입구에서 딱 갈라서요.”

김 관장은 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충고하는 대신 1시간 동안 맘껏 책을 보고 고르게 한다. 책은 엄마가 1권, 동아가 1권을 각각 고른다. 절반의 선택권을 주는 이유는 스스로 책을 골라 보는 경험을 통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커서도 서점을 놀이 공간으로 여기게 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동아도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만화책만 골라 왔다. 그러나 김 관장은 책을 가려 읽히지 않았다. 그녀가 중고교 때 만화 ‘캔디 캔디’나 하이틴 로맨스를 몰래 봤듯이 또래의 ‘문화’가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사실 아이들은 못 읽게 막아도 어떤 식으로든 그 책을 구해 읽을 것이다. 요즘엔 동아도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같은 책을 주로 골라 온다.

김 관장은 이번 겨울방학에도 특별한 방학 계획을 세우기보다 한국사 책을 한 권 택해 날마다 자기 전에 같이 읽을 생각이다.

“원시시대에서 삼국시대까지 읽었으니 마무리를 해야죠.”

김 관장은 시간이 남는 주말에는 체험학습을 떠나거나, 만들고 붙이고 그리는 독후활동(그래픽 참조)으로 책읽기의 재미를 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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