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도 차별화로 글로벌 명문大 가능”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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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멀지만 세계에서는 가까운 대학.’

일본 규슈(九州) 오이타(大分) 현 벳푸(別府) 시 리쓰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APU)의 별칭이다. 히잡을 쓴 아랍권 여학생과 일본어로 대화하는 흑인이 캠퍼스를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일본 유명 사립대학인 리쓰메이칸대가 유명 온천지로 알려진 바닷가 작은 마을에 캠퍼스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APU는 설립 7년 만에 졸업생 취업률이 98%에 이르는 일본의 신흥 명문 대학으로 떠올랐다. 전체 학생의 46%(2601명)에 이르는 82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 중 99%가 일본 현지에서 취업에 성공했다.

고려대는 최근 APU를 벤치마킹해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에 2014년 130만 m²(약 40만 평) 규모의 영어공용국제화캠퍼스를 조성하기로 정부와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대를 넘어서는 고려대’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광현 부총장은 지난달 29일 일본 APU에서 APU 몬테카셈 총장과 만나 지역캠퍼스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7년 전 만들어진 고려대 서창캠퍼스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고려대라는 강한 브랜드는 있었지만 중복학과 등 실질적인 차별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총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몬테카셈 총장도 동감했다.

“지역 캠퍼스라는 약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국내에는 물론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대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차별성을 바탕으로 외국인 학생, 외국인 교수, 외국인 직원을 전체 구성원의 절반까지 채울 수 있었습니다.”

APU는 설립 첫해부터 외국인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제공했다.

한 해 전체 예산의 15%에 이르는 21억 엔을 장학금 예산으로 삼아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이 연간 124만 엔(약 992만 원)에 이르는 수업료 중 30∼100%를 장학금으로 받게 한 것.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직접 발로 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외 각국의 교육 시스템이 모두 달라 일률적인 선발 기준을 정할 수 없는 만큼 한국 중국 인도 캐나다 등 10여 개국의 사무국에 APU 교수와 직원을 상주시켜 입학과 홍보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몬테카셈 총장이 갖고 있는 APU의 비전은 컸다.

“일본과 한국 모두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고등교육 수요자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을 돌리면 아프리카, 동남아에서는 19억 인구의 20%가 20세 이하입니다. 이 수요자를 APU로 데려오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이 부총장도 “21세기 대학의 비전은 ‘국경과 국적을 넘은 대학’”이라고 말했다.

벳푸=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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