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佛문화 즐겼더니 말문이 트였어요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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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고교생 프랑스어대회 대상 안산 경안고 김혜리양

“문법은 아직 많이 서툴죠. 하지만 길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두렵다는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제가 자꾸 귀찮게 말을 걸어서 그 사람이 저를 두려워할걸요?”

최근 아주대에서 개최한 ‘제1회 전국 고교생 프랑스어 대회’ A그룹(현지 체류 경험 없는 일반고교 재학생)에서 대상을 받은 경기 안산시 경안고 2학년 김혜리(17) 양은 대상 수상의 비결을 프랑스 문화에 대한 마니아적 관심에서 찾았다.

○ 문화와 가까워지면 말은 저절로

이 대회는 총 77개 팀이 참가했고 프랑스어로 우리 문화를 프레젠테이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양은 17개 팀이 참가한 A그룹에서 최승희 나혜석 윤심덕 등 근대 한국의 예술을 꽃피운 세 여성을 유창한 프랑스어로 소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프랑스어는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로 꼽힌다. 하지만 2년여의 짧은 시간에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그의 비법은 문화다.

“‘아멜리에’나 ‘러브 미 이프 유 대어’ 같은 프랑스 영화는 여러 번 봐서 몇 대사는 이제 외워요.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도 즐겨 듣습니다. 잘 때를 빼고는 늘 프랑스 영화나 음악을 접하다 보니 억양이나 강세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습니다.”

그가 프랑스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때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관람한 직후. 공연을 통해 프랑스어의 매력에 매료된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문법이나 단어암기 같은 기본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어 공부의 초점은 항상 듣기와 말하기에 맞춰졌다. 프랑스 영화나 뮤지컬 공연이 있으면 틈틈이 챙겼다.

문화 전반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어학 공부가 지겹지 않고 실력도 늘었다. 혼자 공부하기 어려운 부분은 주말에 프랑스어 전공자에게 개인 교습을 받으면서 보충했다. 그의 적극성은 프랑스어 실력 향상의 원동력이 됐다.

보통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서 대회 참가권유를 받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랐다. 프랑스어 실력이 늘자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프랑스어 말하기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참가를 자청했다.

“불어불문학과에 진학해 나중에 프랑스로 유학 가서 패션을 공부하고 싶어요. ‘엘르’나 ‘보그’ 같은 세계적인 패션잡지에서 일하는 게 꿈이죠.”

○ 항상 듣고 말해라

서울 현대고 고연승, 조민희, 이종은, 현예람, 송희정 양은 한국의 10대 문화를 주제로 다뤄 같은 그룹에서 금상을 받았다. 모두 1학년생인 이들은 고교에 진학해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시간씩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프랑스어를 배운 지 1년밖에 안 되지만 날씨나 취미 같은 간단한 프랑스어 회화는 큰 어려움 없이 구사하고 있다.

고연승 양은 “프랑스어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말하기 위주로 배우다 보니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담당하고 있는 문지현 교사는 “외국어는 직접 말하고 들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아이들이 싫증을 내기 쉽다”며 “수업시간에 영화나 노래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주 듣고 말할 기회를 줘서 자연스럽게 프랑스어와 가까워지게 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영어 실력도 동시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조민희 양은 “프랑스어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자 영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면서 “외국어는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항상 CNN 채널을 틀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아주대 박만규(불어불문학) 교수는 “프랑스 원어민 심사자가 놀랄 정도로 이번 대회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고 열정도 대단했다”며 “특정 언어에 대한 감각을 익히면 다른 언어에 대한 학습효과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는 곳
이름내용연락처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정부 협력 어학기관www.afseoul.or.kr
(서울)
프랑스 문화원프랑스어 클럽, 샹송 클럽 등www.france.or.kr
주한 프랑스 대사관 어학협력과시베르상트르
(사이버 어학센터)
개통예정
클럽 프랑스프랑스 언어, 문화 사이트www.france.co.kr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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