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실전 특강]2008 서울대 수시 논술 해설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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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그 극복방안은…

문제 전문은 서울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대 수시문제는 경제체제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원형적 모습을 제시하고 거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이를 대체 혹은 보완할 가능성은 없는지 묻고 있습니다.

논제의 첫째 요구는 제시문 (가)에 나타난 경제체제의 요소와 (나)의 4개 제시문에 나타난 경제적 특성을 비교·분석하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먼저 (가)에서 경제체제 요소를 찾아 정리한 뒤 이를 각각 (나)와 비교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실제로는 (나)에서 힌트를 얻어서 (가)의 요소를 찾아내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나)의 제시문 (4)에서 ‘무소유’를 확인한 다음 제시문 (가)를 보면서 ‘아, 맞아!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가)는 사유재산제를 전제하고 있지’ 하고 깨닫는 것입니다.

(가)는 ‘분업’이라는 단어로 시작하고 있는데요. 분업은 산업사회의 생산 방식을 규정하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옛날에도 분업이 조금씩 있었겠지만 산업화 이후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죠. 분업은 필요한 것을 자신이 다 생산하지 않고 일부만 생산하는 대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서 얻는 방식이므로 필연적으로 ‘교환’을 전제로 합니다. 교환을 위해서는 ‘시장’이 필요하겠고요. 시장에서 활발한 교환이 이루어지려면 ‘화폐’가 필요합니다. 물론 화폐 없이 물물교환만으로도 교환이 가능하겠지만 교환하는 물건의 양이나 횟수가 많아지면 물물교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 경우 화폐는 교환의 수단이 됩니다. 그러나 제시문 (가)의 맨 마지막 문장을 보면 ‘화폐’는 단지 교환의 수단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화폐는 ‘모든 상품의 진정한 가치의 척도’라고 표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의 가격은 생산된 재화를 개인에게 ‘분배’하는 기능도 겸하고 있습니다. 제시문 (가)에서 공급이 유효수요에 미치지 못할 때, 즉 초과수요일 때는 더 높은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만이 소비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화폐의 양이 적은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들은 소비를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가)의 경제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가)의 또 다른 문제점도 찾아봅시다. 첫째, ‘분업’의 확산은 개인의 노동을 단순작업으로 파편화해 인간소외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복되는 단순 작업 속에서 인간들이 피폐화되는 것이지요. 둘째, 화폐경제가 왜곡되면 화폐의 물신화 현상을 낳습니다. 인간이 화폐를 만들었지만 화폐가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은 화폐를 숭배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이 시대에는 화폐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은 화폐를 갖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지요. 심지어 사람까지 돈으로 따지는 풍조가 생겨납니다. ‘저 사람은 연봉 10억 원 인 사람, 저 사람은 연봉 1000만 원인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제시문 (나)의 사례 속에 담긴 경제적 특성을 분석해 보죠. 우선 (1)에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와 달리, 계획경제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가격을 결정합니다. 이 경우 정부가 일부러 특정 상품에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 부자들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할 때 누구에게는 물건을 팔고 누구에게는 안 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빵을 사기 위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는 일이 일어났던 거지요.

(2)는 야프 섬 얘기로, 여기서는 두 종류의 화폐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상품 거래에서는 미국의 달러가 사용되지만 중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나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해 지참금을 낼 때와 같은 경우에는 돌 화폐를 사용합니다. 돌 화폐는 하나하나가 고유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주고받으며 역사가 덧붙여질 때마다 가격이 변합니다. 이 사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화폐만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가치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시문 (가)와 다릅니다.

(3)에서는 서양 중세의 장원 경제체제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제시문 (가)를 고려할 때 ‘자급자족 경제’라는 점, ‘흉년이 들면 영주가 자기 재산을 이용하여 농민을 보호한다’는 점에 주목해야겠습니다. 장원경제는 자급자족 경제이므로 분업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산업사회에서처럼 광범위하지는 않습니다. 즉 노동의 파편화와 인간소외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되었기에 굶어죽는 일 역시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4)에서는 ‘야마기시즘’이라는 무소유 공동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공동체에는 개인 소유물이 없어서 서로 간에 소유물을 교환하는 일도 있을 수 없습니다. 교환이 필요 없으므로 화폐도 필요 없고, 화폐가 인간을 지배하는 화폐의 물신화 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기초로 논제의 두 번째 요구, 즉 (가)에 나오는 경제체제를 대체하거나 구조적으로 보완할 가능성이 있는지와 그 이유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1)∼(4)의 장점들을 조합하여 (가)의 단점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식의 글을 쓰면 논제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겠습니다.

단, (1)∼(4)는 모두 어느 정도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이 못 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1)은 계획경제의 실현 가능성 문제와 초과수요 상태에서 분배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2)의 야프 섬 사례는 계층별 지역별 다양한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무형의 정신적 문화적 자산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 (3)은 인신적 구속이 있는 봉건적 정치질서라는 점, (4)는 과연 오늘날의 사람들이 야마기시즘 공동체 사람들처럼 소유욕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가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논제는 보완할 가능성이 있는지와 이유를 논하라고 했으므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뿐 아니라 보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그 내용을 밝혀 주어야겠습니다.

이현 스카이에듀 논술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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