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생각나무]심심해야 책을 읽지요!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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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모릅니다. 어린이들은 왜 책을 잘 읽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잉? “어린이들이 심심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하지 않는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심심해지면 책을 읽게 되나요?”라고 반문하는 어린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심심해야 책을 읽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너무 바쁩니다. 어른들도 바쁘지만 어린이들은 더욱 바쁩니다. 학교 가랴, 학원 가랴, 경시대회 준비하랴, TV 보랴, 친구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내랴, 읽기도 싫은 재미없는 책을 읽으랴, 짬이 나지 않습니다. 또한 틈틈이 인터넷을 하고 채팅을 하며 게임도 해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가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자유롭지 않은 어린이는 어린이가 아닙니다. 로봇입니다. 기계입니다. 어린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어린이는 부모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이 아닙니다. 어린이는 꿈과 희망을 가진 순수한 인격체입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지내야 합니다. 그래야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감을 갖습니다. 어른들의 행동을 아이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은 많이 놀고 많은 것을 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커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라고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놀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놀다가, 집 안에서 뒹굴다가, 어느 순간 우연히 책을 읽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아이는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됩니다. 다른 어떤 놀이보다 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독서는 습관입니다. 딱 한 번만 책을 좋아하게 되면 영원히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어른들은 시간을 내서 책을 읽으면 됩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어린이들이 알아서 시간을 내는 일은 어린이들 혼자서 아침밥을 해먹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안다면 이미 어린이가 아닙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이고 그래서 버스 요금도 반값만 내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볼 만한 어려운 책을 어린이가 여러 번 읽는다고 해서 그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도 아이들이 읽고 싶을 때 읽어야 자기 것이 됩니다. 어려운 책을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읽는다고 해서 그 내용을 다 아는 것도 아닙니다. 잘못된 환상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린이는 어려운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려운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어제 이혼했어. 아마도 내가 숙제를 제때 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라고 이해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빨리 읽었다고 해서 어린이가 그와 관련되는 복잡한 내용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 물론 좋겠지요. 그러나 독서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유가 있고 한가한 마음이 생겨야 진짜 재미있는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독서 습관을 갖게 하는 데는 심심한 것이 최고입니다.

어떤 아이든 책을 읽지 않으면 공부를 잘 할 수 없고, 책과 거리가 멀어지면 나쁜 아이가 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공부하라고 소리치고 학원 가라고 떠밀 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저를 그냥 내버려 두세요.”

“저도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저도 책을 읽고 싶어요.”

어린이는 그 누구보다 심심해야 합니다.

[생각해볼 문제]

여러분, 위 글을 잘 읽어보았나요? 조금 엉뚱한 말 같지요? 심심한 것과 독서 습관은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을 테니까요.

사람들과 다른 생각, 그것이 바로 창의적인 사고입니다. 창의적인 생각이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박우현의 생각나무’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를 담습니다.

박우현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 평생교육원 원장·‘논술은 짧고 철학은 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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