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서울 주요대학 수시2-1 논술 집중분석<4>경희대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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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는 수시 2-1 논술고사를 10월 27, 28일 실시했다.

10년째 논술 출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상진(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내년 1월 정시 논술에서도 이번 시험과 문항 수, 문제 유형, 제시문 출처 등 출제경향이 거의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 통합논술로 당락이 갈린다

경희대 논술문제는 두 가지 유형이 혼합되어 있다. 철학서적이나 고전에서 발췌한 제시문을 읽고 논술문을 쓰는 ‘일반논술’과 서로 다른 과목을 오가며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통합논술’이 그것이다. 일반논술을 30%, 통합논술을 70% 비율로 출제한다. 최 위원장은 “학생들은 일반논술에는 익숙하지만 최근 도입된 통합논술에는 혼란을 느낄 수 있어 두 가지 유형을 섞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시전형에서 논술시험 채점을 해 보니 인문계와 자연계 수험생 모두 통합논술 점수가 일반논술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결국 통합논술에서 당락이 갈릴 것이란 얘기다.

1개 문제를 내는 경희대 일반논술(1000자, 60분)은 제시문을 고전에서 출제하는 대신 문제가 쉬운 편.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한 뒤 이를 깊이 사고해 ‘자기화’한 다음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풀어쓰는 문제다.

반면 2개 문제가 출제되는 통합논술(800+700자, 총 90분)은 난이도가 높다. 인문계는 국어 역사 사회 경제 철학 과목을, 자연계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과목을 오가면서 교과서와 관련한 응용문제를 낸다. 서로 다른 과목을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

경희대는 제시문을 교과서에서 30%, 철학 및 고전에서 50%, 시사 칼럼이나 신문 사설에서 20% 비율로 선택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특히 교과서의 경우 ‘수험생들이 모두 본 교과서에서 낸다’는 원칙에 따라 인문계는 고교 1학년 문학 사회 교과서에서, 자연계는 고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서 제시문을 뽑는다.

○ 반드시 핵심어를 찾으라

최 위원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마무리 공부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먼저 실력이 비슷한 학생 4, 5명이 팀을 만든 뒤 논술에 자주 출제되는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방법이다. ‘말로 하는 논술’인 심층면접을 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데 매일 하면 좋다. 지원 대학에 맞춘 ‘맞춤식 논술 공부’도 있다. 경희대를 준비하는 학생들끼리 모여 경희대의 기출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문제를 구한다. 그 뒤 문제의 해법을 두고 서로 토론한 다음 글을 써 보는 방법이다. 글을 쓴 뒤엔 반드시 교사의 첨삭지도를 받는다.

경희대가 ‘좋은 답안’과 ‘나쁜 답안’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는가’의 여부. 인문계 논술(28일 실시 분)을 살펴보자. ‘인간이 과연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가’에 관한 4개의 제시문을 준 뒤 ‘불가능하다’와 ‘가능하다’의 상반된 입장으로 제시문을 각각 분류하고 그렇게 분류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채점을 맡았던 김진해(교양학부) 교수는 높은 점수를 준 답안에 대해 “제시문의 핵심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한 답안”이라고 설명했다. 제시문 사이의 미세한 차이는 극복하는 한편 좀 더 큰 공통점에 초점을 맞춰 분류 기준을 명확히 밝힌 답안이 고득점 했다는 것. 다시 말해 ‘나무’보다는 ‘숲’을 본 답안이란 얘기다. 반면 △그저 ‘진리가 있다, 없다’라는 잘못된 기준으로 분류했거나 △아예 제시문을 요약하기만 한 답안들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제시문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를 답안에 넣는 것은 경희대 논술에서 고득점을 받는 비결이다. 실제로 경희대는 채점 교수들에게 ‘답안에 꼭 들어가야 할 핵심 키워드’의 목록을 사전에 준다. 이들 핵심어가 수험생의 답안에서 발견되지 않을 경우 감점 처리하는 것. 원고 분량을 지키는 것도 필수. 분량을 지키지 못하면 무조건 감점한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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