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준공업지역 개발규제 완화…아파트촌으로 바뀔까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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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용지가 부족해지면서 준(準)공업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준공업지역의 ‘공업기능 우세지구’에서 ‘공장 면적’(전체의 30%)의 80%에 공장, 연구소 등 비주거용 건물을 지으면 나머지 땅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쓸모없는 땅’ 정도로 치부됐던 준공업지역이 새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준공업지역이 급속히 아파트 등 주거지역으로 바뀐다면 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어 득과 실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주목받는 공장 터

현재 서울 시내에서 공장 등 비주거 부문이 밀집한 지역은 구로구 영등포구 금천구 성동구 등이다.

이중 이번 서울시 개정안의 혜택을 보는 곳은 2004년 6월 주택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영등포구와 성동구 내의 9개 지역이지만 시는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아파트촌으로 변신한 준공업지역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 e편한세상’ 단지. 1990년대 중반 개발 당시엔 공장 밀집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손색없는 주거 단지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는 평가다.

2004년 도봉구 창동 삼풍제지 터에 들어선 ‘북한산 아이파크’도 공장 터 이미지를 털어내고 이 일대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분양에 성공한 반도건설의 영등포구 당산동 ‘유보라 팰리스’, 대성그룹의 신도림동 ‘디큐브씨티’ 등도 준공업지역에 준공될 예정이다.

○ 입지 여건 좋은 곳 많지만 득실 따져야

이처럼 공장 용지가 주택단지로 주목받는 것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공장 터를 제외하면 가용 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택지개발 업체로서도 공장 용지는 도심과 가까워 사업성이 높고 기반시설 설치 부담도 크지 않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면적이 넓어 대단위 복합단지 개발이 가능하며, 평지에 위치해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미래형 토지’라는 것도 장점이다.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준공업지역의 분양 아파트는 재건축과 달리 조합원이 없는 경우도 많아 로열층 등의 당첨 기회가 많고 주변 교통여건도 좋아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 전체의 기능을 고려할 때 준공업지역이 주거용도로만 개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준공업지역이 주거용 아파트촌으로 바뀌게 되면 도심은 산업기능을 잃고 단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부산 범천동이 아파트촌으로 개발되면서 본래의 일자리 창출 기능을 잃자 지역 전체의 경제가 위축됐다”며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는 준공업지역에 오피스 등의 산업기능을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로서도 섣불리 준공업지역의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중견업체의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성수동 등 이미 호재(好材)가 많은 지역에서는 준공업지역의 규제 완화가 주변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 규제완화가 어렵다”며 “준공업지역 일대가 대대적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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