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경기 농업]<下>‘부농의 꿈’ 가로막는 규제 풀자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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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온실과 포장기 등을 갖추고 수출용 농산물을 키워 해외 시장을 개척할 의지를 갖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지역 농업인 박상하 씨. 길 하나 건너 뒤편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파를 키우고 있는 그의 농지는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이동영 기자
유리온실과 포장기 등을 갖추고 수출용 농산물을 키워 해외 시장을 개척할 의지를 갖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지역 농업인 박상하 씨. 길 하나 건너 뒤편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파를 키우고 있는 그의 농지는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이동영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토평지구와 맞닿아 있는 경기 구리시 토평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대.

이 지역의 밭에서 파를 재배하는 박상하(56) 씨의 꿈은 이 땅에 유리온실을 지어 연중 토마토를 비롯한 시설채소를 키우는 것이다.

박 씨는 “파를 재배해 연간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개방화 시대에 맞춰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재배하려면 수출이 가능한 작물로 전환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용 작물을 재배하려면 유리온실을 지어야 하고 포장 자동화 시설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3년째 현실화되지 못했고 유리온실 예정 용지는 지금도 빈 땅으로 남아 있다.

○ 경기지역 농업에도 각종 규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전환하려는 그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이유는 이 지역의 땅에 걸린 각종 규제 때문이었다.

박 씨 땅의 길 건너에는 고층 아파트단지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길 하나를 사이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그의 농토에는 유리온실도, 선별포장기도 설치할 수 없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원래 ‘시설원예 등 작물 재배를 위한 경우로서 재료는 유리, 플라스틱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해 유리온실을 지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하지만 구리시의 ‘개발제한구역 내 동식물 관련 시설 허가처리 지침’은 박 씨가 사는 집과 그가 유리온실을 지으려는 땅의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온실을 짓는 것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박 씨가 사는 집과 경작지의 주소는 행정동으로 모두 수택3동이지만 법정동으로는 사는 집이 수택3동, 경작지는 토평동이다.

박 씨는 “제대로 농사를 지어 보려는 노력이 ‘말장난’ 같은 규제 때문에 가로막힌다는 사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 규제 개선 요청에 중앙 정부 미온적 반응

경기도는 제조업 등의 분야뿐 아니라 농업 분야에 불필요한 규제가 많아 도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5월 농림부 등 관련부처에 101가지의 규제 개선을 건의하고 이 내용을 ‘101가지 프러포즈’라고 이름 붙였다.

경기도가 첫 번째로 꼽은 개선 대상 규제는 농민만 농지를 소유하게 한 헌법과 농촌기본법의 관련 규정이다. 전통적인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업CEO연합회 안정윤(32) 팀장은 “현재도 영농조합법인 등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자본력을 갖추기 어렵다”면서 “해외 대규모 영농법인과 경쟁하려면 농지 소유의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경기도가 제안한 101가지 규제 개선 중 농지소유 개방을 포함해 65개항에 대해 ‘수용 불가’ 또는 ‘장기 검토’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농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농지를 산업단지 등으로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농지를 산업단지 등으로 바꿀 때 내야 할 ‘농지보전부담금’은 수도권에 국한된 제도로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역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어업 분야의 규제도 문제다. 해수온도 변화로 경기 서해안에서 늘어난 멸치와 전어를 잡기 위해 어민들이 ‘선망어업’ 허가를 요청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어종 변화 이전에 정해진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 규제 넘어 해외로 눈 돌려야

경기도는 지난달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지 농산물 수입 업체 2곳과 500만 달러 규모의 농산물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통적인 수출 품목인 배, 포도를 포함해 파프리카, 버섯, 인삼, 쌀이 새로 포함됐다.

경기도 최형근 농정국장은 “경기도의 농업은 각종 규제 속에서 개방화 시대를 맞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 농업, 한국의 농업이 성장하려면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같은 날 미국의 오렌지 생산 농민조직인 선키스트사(社)와 MOU를 체결했다. 1891년 시작된 이 조직은 현재 미국의 6000여 오렌지 생산 농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경기도는 선키스트와 기술 협력을 통해 경기 농민들이 공동으로 과일 등을 생산하고 품질을 관리해 브랜드 가치를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내 농가들도 선키스트의 방식을 도입해 재배를 집단화하고 경작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분업 방식으로 전환하면 국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김문수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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