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숨어있는 논술주제]대동강의 문학적 의미는?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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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러 여기 왔는가

잠 못 이룬 밤 지새우고

아침 대동강 강물은

어제였고

오늘이고

또 내일의 푸른 물결이리라.

때가 이렇게 오고 있다.

변화의 때가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는 길로 오고 있다.

변화야말로 진리이다.

무엇하러 여기 강물 앞에 와 있는가.

울음같이 떨리는 몸 하나로 서서

저 건너 동평양 문수릿벌을 바라본다.

그래야 한다.

갈라진 두 민족이

하나의 민족이 되면

뼛속까지 하나의 삶이 되면

나는 더 이상 민족을 노래하지 않으리라.

더 이상 민족을 이야기하지 않으리라.

그런 것 깡그리 잊어버리고 아득히 구천을 떠돌리라.

그때까지는

그때까지는

나 흉흉한 거지가 되어도 뭣이 되어도

어쩔 수 없이 민족의 기호이다.

그때까지는

시퍼렇게 살아날 민족의 엄연한 씨앗이리라.

오늘 아침 평양 대동강가에 있다.

옛 시인 강물을 이별의 눈물로 노래했건만

오늘 나는 강 건너 바라보며

두고 온 한강의 날들을 오롯이 생각한다.

서해 난바다 거기

전혀 다른 하나의 바닷물이 되는

두 강물의 힘찬 만남을 생각한다. (중략)

[고은-‘대동강 앞에서’]

시인 고은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일의 염원을 담아 이 시를 노래했다.

평양의 대동강을 앞에 두고 노(老)시인은, 강물을 이별의 눈물로 노래했던 옛 시인을 떠올리며, 두고 온 한강의 날들을 생각하며 탄식한다.

[TIP]대동강은 평양의 젖줄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강이다. 정지상이 이별의 슬픔을 노래했던 ‘남포’는 현재 북한의 3대 갑문 중 하나인 서해갑문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그 무게감을 잃지 않는 대동강은 문학에서도 우리 민족에게 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흘러간 유행가 ‘한 많은 대동강’, ‘꿈에 본 대동강’, ‘대동강 편지’ 가사처럼 실향민들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이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아프게 감각하도록 하는 표상이다.

대동강은 문학에서 수도 없이 사용된 소재이자 배경이다. 한(恨)을 토해 내는 이별의 장소(서경별곡), 이별의 눈물(송인)이 되기도 하고,삶의 표정, 분위기(‘배따라기’ 및 ‘패강냉’·대동강은 고구려 때 패수, 패강이라 불렸었는데, 대동강이 얼었다는 제목이다.)에 강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입체감을 주기도 한다.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정지상 ‘송인(送人)’ 고등학교 ‘문학’교과서]

[TIP] 강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다. 자연스럽게 사회 구성원들의 희로애락이 투영된 대상이 된다. 상하귀천, 남녀노소, 사상, 지역, 학식에 상관없이 향유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강은 포용이며, 여유로움이자 슬픔이고, 희망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은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며 미래로 흘러간다. 한 줄기로 흘러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를 갖춘 화합의 장으로서, 아픔을 넘어 하나로 완성된 소통의 공간이 바로 대동강이다.

그대의 앞에는 문득 연광정이 솟아 있으리니, 옛적부터 많은 시인 가객들이 수없는 시와 노래를 얻은 곳이 이 정자다. 그리고 연광정 아래는 이 세상의 온갖 계급 관념을 무시하듯이 점잖은 사람이며, 상스런 사람이며, 늙은이며, 젊은이가 서로 어깨를 걸고 앉아서 말없이 저편 아래로 흐르는 대동강 물만 내려다보고 있으리라.[김동인 ‘대동강’]

이효정 최강학원 언어논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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