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위상추락 막자” 이례적 강수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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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불교계대한불교 조계종은 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전국 26개 본사 주지회의를 열어 신정아 씨 사건과 관련된 언론과 정치권의 불교계 의혹 제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뒤 조선일보 구독 거부 등을 결의했다. 원대연 기자
심각한 불교계
대한불교 조계종은 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전국 26개 본사 주지회의를 열어 신정아 씨 사건과 관련된 언론과 정치권의 불교계 의혹 제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뒤 조선일보 구독 거부 등을 결의했다. 원대연 기자
■ 조계종 주지회의 안팎

신문 펼쳐보이며 “언제까지 당할건가”

‘온건 결의문’ 폐기하고 강경대응 선회

조선일보측 “회사차원 방침 결정안돼”

예상외의 강수였다.

5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교구 26개 본사 주지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신정아 씨 사건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불교계의 대(對)언론 및 정치권에 대한 대응 수위는 ‘의례적 경고’ 수준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4일 조계종 총무원이 만든 온건한 내용의 결의문이 폐기되고, 새 결의문을 만들기 위한 소위가 즉석에서 구성되면서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또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MBC 측의 공주 마곡사 및 제주 관음사 사태에 대한 취재가 도마에 올랐고, 영천 은해사 주지인 법타 스님이 조선일보를 펼쳐 보이며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느냐”고 목청을 높이면서 분위기는 강경으로 기울었다. 그 결과가 조선일보에 대한 구독 거부와 MBC에 대한 경고로 이어졌다.

신정아 씨 사건과 관련해 불교계는 그동안 속을 끓이면서도 “불교계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라는 사건의 성격 때문에 대응책을 쉽게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신 씨 사건의 불똥이 문화재 보수비용 및 템플스테이 국고 지원, 신 씨에 대한 일부 주지스님의 금품 제공 의혹 등으로 확산되면서 불교계의 대응 기조는 ‘적극 대처’로 선회했다. 특히 불교계는 조선일보의 월정사 문화재 보수비용 국고지원 의혹 제기가 오보로 판명되자 법적 대응과 함께 신도를 동원한 집단 항의 방문 및 구독 거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의견이 모아지진 않았다. 조선일보가 3일 사실상의 ‘정정보도’를 게재했음에도 본사 주지들의 구독 거부를 결의한 것은 이 같은 강성 기조의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에 대한 구독 거부 결의는 향후 각 본사 주지들의 의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전국 2300여 사찰을 대표하고 있는 본사 주지들이 본·말사의 신문 구독 거부를 넘어 신도들에 대해 거부를 요청하고 나설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이 아닌 구독 거부 등의 실력 행사로까지 나선 것은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내부 결집을 원하는 조계종의 복잡한 속사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총무원의 한 핵심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한마디도 없었다”며 “불교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불교의 위상 추락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주류였다”고 말했다. 조계종 대변인 승원 스님도 “최근 불교계를 비리집단으로 몰아가는 듯한 언론 보도와 수사에 대해 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이 매우 분개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계종의 결의에 대해 조선일보 측은 “아직 회사 차원의 방침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대(對)언론 대책과 함께 본사 주지들이 동국대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결의하고 나선 것도 향후 조계종의 권력 향배를 가늠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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