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신정아 채용이후 예산 295억 따내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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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신정아 교수실’신정아 씨가 사용하던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계산관 안의 교수실 입구. 14일 교수실 문에 걸린 명패는 이미 다른 교수의 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김미옥 기자
주인 바뀐 ‘신정아 교수실’
신정아 씨가 사용하던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계산관 안의 교수실 입구. 14일 교수실 문에 걸린 명패는 이미 다른 교수의 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김미옥 기자
■ 잇단 정부 예산지원 ‘변-신 특수’ 있었나

《동국대가 신정아 씨를 조교수로 채용한 2005년 이후 교육인적자원부의 특성화 사업에 잇따라 선정된 것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12일 동국대 관계자들을 소환해 이 부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던 검찰은 14일에도 동국대 예산 지원과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2005년과 2006년 2년 동안 동국대가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약속한 예산은 교육인적자원부의 169억 원을 포함해 모두 295억여 원에 이른다. 2003년과 2004년 동국대가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이 매년 40억 원을 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비약적인 증가다.》

신 채용전 국책사업 번번이 탈락… 1년에 40억도 넘지 못해

신 채용후 과기부 61억 사업 동국대만 선정… 산자부도 지원

일부 “신 조교수 임용 대가 의혹”… 동국대 “실력으로 선정된 것”

▽번번이 실패했던 특성화 사업, 2005년에는 성공=신 씨가 채용된 2005년, 동국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에 동국대는 매년 지원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특성화 사업은 지정 과제와 자유 과제로 구분되는데 동국대는 지정 과제로 ‘통합인문학 기반의 차세대 문화인재 양성 사업’이 선정돼 2005년부터 4년 동안 매년 4억5000만 원의 예산 지원을 확보했다.

또 ‘영상문화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 혁신 사업’이 자유 과제로 선정돼 2005년 20억7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특히 이 사업은 매년 사업을 선정하는 단년(單年) 지원 사업이었는데 동국대는 2005년 특성화 사업 시작 이후 3년 연속 선정돼 매년 20억여 원씩 60억 원 넘게 지원받았다.

동국대는 또 2006년에는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동국대는 2006년부터 3년간 87억6000만 원의 예산 지원을 확보했고 2006년에만 59억2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는 이전까지 동국대가 매년 정부 부처들에서 지원받았던 예산 총액을 초월하는 액수다.

2005년 당시 동국대 예산담당자는 14일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데다 당시 정부가 지방대 중심으로 지원해 2003년, 2004년 교육부 등 정부에서 지원받는 액수는 총 30억∼40억 원 선이었다”며 “산학협력 등 연구 사업도 교수 개인이 프로젝트를 받아오는 형식이어서 (액수가) 미미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동국대에 지원한 액수만 보더라도 2004년 12억4000만 원, 2005년 35억600만 원이었지만 신 씨가 교수로 채용된 후인 2006년에는 100억300만 원까지 증가했다.

▽산자부, 과기부 지원 사업도 선정=2005년 동국대는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사업에도 각각 선정돼 130억여 원의 예산 지원을 확보했다.

동국대 산학협력단은 2005년 산자부가 주관하는 성장동력 기술개발사업 분야 중 ‘RFID(전자태그) 기반의 상품 라이프사이클 물류정보 통합관리 솔루션 개발’ 과제에 지원해 최종 수주에 성공했다.

이 사업의 정부 지원금은 69억 원이지만, 기업체 매칭 펀드까지 포함하면 지원금이 총 83억 원에 이른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교수는 “이전까지는 기껏 5년에 20억∼30억 원 정도의 사업만 했는데, RFID 사업은 지금까지 했던 사업 중 가장 액수가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과학기술부가 선정하는 ‘기초 의과학 연구센터(MRC)’에도 동국대 한의대의 ‘심혈관계질환 천연물 개발연구센터’가 선정됐다.

9년간 총 61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이 사업에는 전국 한의대 중 동국대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타 대학 한의학과 교수는 “당시 우수연구센터(SRC)와 MRC를 한 대학에 모두 줄 수 없다는 과기부의 방침에 따라 압도적으로 우수했던 K대가 SRC에 선정됐고, 동국대는 재평가 끝에 MRC에 선정됐다”며 “이마저도 2단계 평가에서 겨우 탈락을 모면하고 예산을 삭감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MRC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동국대 한 교수는 “선정될 만한 실력이 되니까 선정이 됐다”고 말했다.

▽홍 전 총장, 신 씨 영입 통해 무엇을 노렸나?=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은 신 씨를 교수로 임용할 당시 학내 구성원들에게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 중 하나인 문화 분야를 특성화하기 위해 문화계 유력 인사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동국대가 신 씨를 교수로 임용하는 대가로 특성화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 2005년 홍 전 총장은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아오지 못한다’는 학내 교수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동국대의 한 교수는 “당시 교수들 사이에서 ‘홍 총장이 총장 취임 후 국책 사업을 제대로 따오지 못했다’는 불만이 매우 많았다”며 “이는 교수들이 홍 총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강행하려 했던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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