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KEDI의 ‘外高죽이기 보고서’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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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KEDI)이 12일 정책토론회에서 내놓은 ‘특수목적고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이란 주제발표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KEDI는 외국어고를 ‘사교육을 유발하고 교육 효과가 없으며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학교’로 규정하고, 특성화고로 전환한 뒤 정기 평가를 통해 문제 학교는 특성화고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6일 외고 설립을 당분간 유보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정책토론회가 열린 점을 감안하면 교육부와 KEDI가 특목고 대책을 함께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EDI의 정책 제안이 학교제도 전반을 두루 살피지 않고 특목고의 문제점만 부각해 편향 논란이 있는 데다 연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연구 전문가들은 정책 제안의 근거로 제시된 통계자료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교육 수요자의 보편적 욕구를 외고만의 문제로 단정하는 등 무리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외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의 사교육 실태, 사회경제적 배경, 진학 동기, 성적 변화 등을 보여 주는 그림과 표가 제시됐지만 어느 것이 선행 연구이고, 어느 것이 이번 토론회를 위한 연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과학고 관련 발제는 지난해 연구보고서를 발췌한 것이다.

KEDI는 “중간보고서여서 연구 대상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특목고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에 내놓기에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KEDI는 외고와 일반고의 학업성취도를 국어로 비교하고, 외고가 9.9점이 높은데도 학교 위치, 교사의 사기, 수업 분위기 등 외고의 이점을 모두 무시한 뒤 교육 효과가 없다고 단정했다.

또 외고생의 60.3%, 수도권 외고생의 83.4%가 중학교 3학년 때 사교육을 받았고 외고 진학 동기가 우수한 교육환경(67.2%), 명문대 진학(49.4%)이라는 이유를 들어 외고를 사교육의 주범으로 몰아세웠다.

사교육 증가는 특목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좋은 학교에 가려 하기에 나타나는 교육 전반의 문제점을 특목고에만 돌리고 이를 자꾸 부각한다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여기에 대표적인 교육연구기관인 KEDI가 ‘코드 연구’로 장단을 맞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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