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숭실대에서 열리는 한국철학연구회와 한국정치사상학회 공동학술대회 ‘대통령직의 위기와 유목(遊牧)적 정치질서’의 발표문을 통해서다.
윤 교수는 이 글에서 정치를 진리의 실천으로 바라보는 ‘진리의 정치’가 극단화하면 모든 비판과 이견을 질식시키고 다원성을 처단하는 ‘죽임의 정치’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세력,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그런 증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들이 진리 정치의 화신이라는 자의식의 과잉을 빼놓고는 줄기차게 지속된 이들의 독선과 오만함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며 “이들이 줄기차게 편 가르고 적을 만들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특정 정치인의 왜곡된 심성이나 당파적 정략의 소산만이 아니라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형태의 진리의 정치 이념이 그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좌파적으로 침윤된 플라톤 전통의 진리의 정치와 유학을 통해 전통적으로 승계된 진리의 정치가 공존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하며 “진리 정치가 배태하는 최악의 유산은 보통 사람들의 삶의 현실이 진리의 미명 아래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진리 정치의 한국적 표현이 과거 민주담론에서 최근 민족통일담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핵 폐기를 선언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될 경우 21세기 초 한국판 진리의 정치로 부상할 민족통일담론이 시민들의 구체적 삶을 기만하고 피폐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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