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심규선]세계적 사범대들이 만난다면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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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계 유수의 사범대들이 ‘세계적 선도 사범대학의 국제협약(International Alliance of Leading Education Institutes)’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이 틀을 통해 공동연구도 하고 교수나 학생들도 교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대 사범대를 비롯해 미국 위스콘신대, 영국 런던대, 캐나다 토론토대, 중국 베이징대, 호주 멜버른대 등이 참여한다고 하니 ‘선도 사범대학’이라는 말이 허명은 아닌 듯하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 대학과의 교류 협정이 신선할 것은 없다. 그런데도 이 협의체를 주목하는 이유는 뭐든지 하겠다는 포괄적 협정보다는 목표가 뚜렷하고,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미시적 협정보다는 외연이 넓기 때문이다. 국제학술교류의 블루 오션이라 할 만하다.

좋은 교사 양성제도에도 주목해야

글로벌 시대란 돈과 물건, 사람 간의 교류에 국경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교류가 가장 효과적이다. 돈과 물건의 교류는 사람의 교류가 없어도 가능하지만 사람이 오가면 돈과 물건의 교류는 저절로 따라온다.

그렇다고 아무나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기를지를 고민하는 곳이 바로 사범대다. 이는 대학교육이나 입시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울대 사범대가 이 협의체의 공동연구 주제로 변화하는 시대의 대학교육과 입시정책, 지구촌화와 다원화에 따른 다문화 교육 등을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어딘지 허전하다. 사범대는 교사 양성을 제1의 목표로 하는 곳이다. 세계의 선도적 사범대들이 머리를 맞댄다고 하면서 양질의 교사 양성 방법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는 건 아쉽다. 다른 연구를 하다 보면 교사 양성 문제도 자연스럽게 연구 테마로 부상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교사 양성 문제를 부차적인 관심사항으로 치부한다면 이 협의체의 의미는 반감된다.

물론 나라마다 교육 풍토와 교사 양성 체계가 다른 마당에 외국 사례를 곧바로 들여다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의체에 기대를 거는 것은 우리 교단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념의 분열, 인재상의 혼돈, 교사 모델의 논란, 교수 방법의 마찰, 교원 단체의 반목 등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두가 교사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우리보다 먼저 같은 고민을 했던 다른 나라들의 경험이다.

그래서 이 협의체의 멤버인 서울대 사범대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연구 주제와 관계없이 양질의 교사 양성에 필요한 외국 자료를 정성들여 수집해야 한다. 지금도 그런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도서관 속의 ‘죽은 자료’는 쓸모가 없다. 외국의 전문가들이 입안과 시행과정의 장단점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살아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자료라야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 교단에 그나마 ‘객관적 모델’로서 효용가치가 있다.

정보 공유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요즘 대학들의 해외 교류는 각개약진뿐이다. 연구 업적을 횡적으로 공유하는 데도 인색하다. 서울대 사범대는 한국의 사범대를 대표해서 이 협의체에 참가한다는 생각으로 연구 결과나 최신 자료를 다른 대학에 성실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런 협의체가 처음이라는 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거기서 얻은 연구 성과가 우리 교육의 체질을 바꾸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교육미래상 합의 이루는 자극제로

다른 사범대나 교육인적자원부와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 제안을 제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대학이나 행정 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범대나 교육부 관계자들을 참석시켜 정기적으로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외국 모델에 기대어 우리의 교육 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국의 지혜는 어디까지나 ‘마중물’일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의 미래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게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세계적 사범대들의 협의체가 우리 교육에 자극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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