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왔는데…” 학력세탁 “다녔는데…” 경력세탁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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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 예술계 인사들의 학력 위조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시장에서도 ‘학력 세탁’과 ‘경력 세탁’이 심각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직장을 옮기는 경력자들의 ‘경력 세탁’ 때문에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 황선길 본부장은 “학력이나 경력을 부풀리다 취업이 취소되는 경우가 한 해 10건 정도 된다”면서 “국내 300여 곳의 헤드헌팅 업체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학력, 경력을 세탁하다 문제가 되는 구직자가 수백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직 시장에 만연한 경력 포장=이직 시장에서 경력 포장은 워낙 많아 ‘웬만한’ 경력 부풀리기는 눈감아 주는 분위기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보조자로 참여한 프로젝트를 자신의 성과인 양 부풀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면서 “속이려는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으면 알면서도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취업이 취소되는 사람은 부풀리기가 심각한 경우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 출신의 김모(44) 씨는 올해 초 회사를 옮기려다 실패했다. 그는 본사 영업본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자동차 업계 이곳저곳에서 러브 콜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회사 임원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면접에서 본사가 아닌 지사 직원이라는 사실이 들통 났다.

듀폰코리아 신미현 인사부장은 “경력 부풀리기가 많아 ‘백그라운드 점검’을 제도화하려 한다”면서 “뒤를 캐는 것 같아 거부감이 있지만 회사로서는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경력 만들었다, 지웠다=있지도 않은 경력을 만들어 내거나 있는 경력을 없애기도 한다.

한 유통업체는 최근 경력자를 선발하면서 점찍어 뒀던 지원자를 최종 단계에서 탈락시켰다. 이 지원자가 한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했다고 소개했지만 확인 결과 3년간 회사 3곳을 전전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출신 박모(39) 씨는 퇴직 사실을 숨겼다가 창피를 당했다. 명문대 출신인 데다 대기업 경력까지 받쳐 줬던 그는 작은 거짓말로 업계에서 믿지 못할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박 씨의 이직을 담당했던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그는 재직 중이라고 말했지만 회사에 확인해 보니 이미 퇴직한 지 1년이 지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학력 뻥튀기도 많아=호주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이모(30·여) 씨는 자신이 나온 T어학원을 대학으로 속였다. 모 홍보업체 입사지원서에도 ‘T대학 홍보마케팅 전공’이라고 써 냈다.

하지만 입사지원서를 본 인사팀장이 T어학원 출신이었다. D 씨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K전문대 출신의 한 회계 담당자는 같은 이름의 4년제 대학을 나온 것처럼 학력을 속였다. 입사가 결정돼 연봉 협상을 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경력을 따지다 보니 2년이라는 기간이 맞지 않았던 것.

국민은행 김덕수 인사부장은 “신입 공채에서도 하지 않은 봉사활동을 했다고 적어 냈다가 탈락한 경우가 있다”면서 “사소한 거짓말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구직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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