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4세대의 그늘]한국 젊은이 의욕저하 심각…사회의 早老化 우려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코멘트
신분 상승의 꿈은 접은 지 오래. 일도 뜻대로 되지 않고 세상은 나를 알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패배감 속에 허우적거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분 상승의 꿈은 접은 지 오래. 일도 뜻대로 되지 않고 세상은 나를 알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패배감 속에 허우적거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패배주의에 빠진 젊은이들의 모습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경제 발전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선진국에서도 젊은이들이 느끼는 인생 불안은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경제 성장이 주춤한 데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좌절을 맛보기 때문이다.

사회구조가 안정될수록 신분 상승을 꿈꿀 수 있는 ‘기회 구조’도 경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학에선 이를 두고 빈틈이 없어 새로운 물질이 들어갈 수 없는 ‘결정화(結晶化·Crystalization)’ 사회라 부른다.

결정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에서도 하류의식이 팽배한 젊은이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에선 거품경제가 붕괴한 뒤인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취직 빙하기’로 불리는 혹독한 취업난을 겪은 세대를 일컬어 ‘비참세대(悲慘世代)’라 부른다.

저성장의 덫에 걸린 유럽에서는 25∼35세 젊은이를 일컬어 ‘1000유로 세대’라 부른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 달에 고작 1000유로(약 120만 원) 남짓한 수입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빈털터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대학 학자금과 결혼 자금, 아이 양육비 등을 융자 받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부채를 짊어진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젊은 세대들의 의욕 저하가 선진국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고 지적한다. 또 그 현상도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더 심각해 한국 사회의 ‘조로화(早老化)’를 우려하고 있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00 대 1이 넘는 공무원시험 경쟁률이나 우수한 인재들이 의·치대로 몰리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라며 “외환위기를 겪으며 대기업 부도와 직원 정리해고를 지켜본 한국 젊은이들이 선진국의 젊은이보다 기업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도 특화할 부분이 많은데 중국에 밀린다고 손을 놓는 등 우리 경제는 최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도자들이 한국의 21세기 성장 동력과 비전을 보여 줘야 젊은이들도 자신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