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사건’ 수사 드러난 뒷얘기들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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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뒤 ‘로비 다이어리’가 72억 단서

검찰은 불법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그룹이 정관계 인사에게 무려 72억 원의 로비 자금을 뿌린 실체를 어떻게 밝혀냈을까.

올해 3월 서울동부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해 최재경 부장 등 검사 7명, 수사관 14명, 대검찰청과 국세청 직원 14명 등으로 매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주수도(51·수감 중) 회장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결정적인 물증도 확보하지 못해 수사는 답보 상태였다.

50여 일 동안 진척이 없던 수사는 4월 20일을 기점으로 뒤바뀌었다. 검찰은 이날 서울 강남구의 모 빌딩에서 주 회장의 비서실장인 김모(42·수감 중) 씨를 체포하고, 김 씨의 은신처를 압수수색했다.

이 은신처를 샅샅이 뒤진 검찰은 냉장고 뒤편과 베란다에서 ‘예상하지 못한 물건’을 찾아냈다. 주 회장의 로비 명세가 적힌 ‘다이어리’가 다단계 회원수당 집계표 등과 함께 발견된 것.

주 회장의 일정이 빼곡히 적힌 다이어리에는 로비 대상자의 이름과 금액 등이 적혀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서울동부지검이 제이유그룹 수사에 착수하자 부하 직원을 시켜 이 자료를 은신처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검찰은 김 씨를 주 회장의 ‘심복’으로 판단하고, 비자금 사용 명세를 2주일 동안 집중 추궁했다. 김 씨가 체포되기 전까지 거의 매일 구치소에서 검찰청으로 불려와 조사를 받았던 주 회장은 이때부터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 “형제 같은 김 씨가 붙잡혔다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진술했나”라는 불안감을 느끼도록 고도의 심리전을 편 것.

실제로 주 회장은 이후 염동연 의원과 서경석 목사 등에게 로비한 내용을 진술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여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이유 측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받은 돈 가운데 수천만 원을 수표로 바꿔 다른 사건의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 수임료로 사용한 단서를 찾아냈다.

특수부 검사들의 활약도 주 회장을 흔들리게 했다. “제이유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좌초한 것은 다국적 다단계 기업의 음모 때문”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주 회장의 얘기를 최재경 부장은 무려 4시간 동안 메모하면서 듣기도 했다.

이후 주 회장은 “내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 주는 검사는 처음”이라며 깊은 신뢰감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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