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에 숨어있는 논술주제]한국전쟁과 통일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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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록 지난해에 우리 민족은 전국적 통일과 완전 자주독립 국가를 쟁취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전국적 통일과 완전 자주 독립 국가를 쟁취할 수 있는 기초와 조건들을 갖추어 놓았다. (중략) 전체 조선 인민은 우리 중앙 정부 주위에 일층 굳게 뭉치어 공화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국토의 완정(完征)과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거족적 투쟁에 총궐기하자. [김일성, ‘1949년 신년사’]

한국은 한몸뚱이가 양단된 셈이다. 한국은 앞으로 장기간 남북 분열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전쟁으로서 이 사태를 해결하여야 할 때는 필요한 모든 전투는 우리가 행할 것이다. (중략) 이 대사상 냉정 전쟁(大思想冷靜戰爭)에서 우리는 공산주의를 저지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이승만 기자회견, 1949년 10월]

[TIP] 한국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 이상의 것이었다. 전쟁 전 남북 지도자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전쟁은 미국 소련 중국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란 실상 ‘이데올로기의 대립’이었다. 종전 후 뜨겁게 달아오른 냉전의 서막이 하필이면 한국전쟁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전쟁이 한반도에 국한된 ‘국지전’(局地戰·한정된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전쟁)임에도 ‘국제전’의 성격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 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박봉우, ‘휴전선(休戰線)’]

[TIP] 한국전쟁은 300만 명의 인명 손실과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을 낳았다. 난민 또한 500만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휴전선이 만들어졌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4년 뒤 발표된 이 시 속에서 화자는 휴전선을 바라보며 분단의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화자의 안타까움은 ‘별들이 차지한 하나의 하늘’과 대조적인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에 가득하다. 화자는 남과 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또 한 번의 전쟁을 부를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남북 분단이 반세기 이상 지속되면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분단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등 삶의 방식에서도 이질화가 심화되었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손실, 그리고 민족 통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통합 상승 효과)와 이득을 감안할 때 통일은 21세기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민족적 과제이다.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어떠한 것인가? 물론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국토 분단에 의해 형성된 두 체제를 하나의 민주적 체제로 통합하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념과 사상, 제도와 생활양식, 사고방식 등 남북한 간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사회·문화적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략) 결국,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이러한 두 가지 의미를 종합한 통일이다. [고등학교 ‘시민윤리’ 교과서]

[TIP] 1995년 쌀 15만 t이 남에서 북으로 건너갔다. 1998년 소 501마리가 판문점을 통과한 것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도 시작됐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했다.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난 남북한 정상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남북공동선언 1항에 의거해 이후에는 남과 북의 교류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본격화됐고, 개성에 조성된 공단에 남한의 기업들이 입주했다. 올해 5월에는 56년 만에 경의선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통일로 향하는 남과 북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는 전쟁을 일컬어 ‘인류를 괴롭히는 최대의 질병’이라고 했다. 한국전쟁은 끝났지만 질병의 후유증은 꽤 길었다. 남과 북은 전문의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전지용 최강학원 통합언어논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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