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춤추는 이혼율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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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보건복지부가 결혼대비 이혼율(2002년 기준)이 47.4%라고 발표하자 언론사는 ‘한국, 작년 2쌍 결혼 1쌍 이혼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잘못된 방식으로 만든 통계 자료라는 것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정확한 통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사건이다.

보건복지부는 특정 연도에 혼인한 부부의 수를 분모로, 그해에 이혼한 부부의 수를 분자로 두고 산정한 수치를 백분율로 나타낸 방식을 이혼율 산정 방식으로 채택했다. 이 방식에 따라 2002년도에 혼인한 부부의 수(30만6600쌍)와 이혼한 부부의 수(14만5300쌍)를 비교해서 2002년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라고 발표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혼인한 부부의 수는 해당 연도의 수를 선택했지만, 이혼한 부부의 수는 해당 연도에 결혼해서 그해에 이혼한 부부의 수를 이용한 것이 아니다. 해당 연도에 이혼했어도 혼인한 해가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이혼집단과 결혼집단의 대상을 다르게 설정한 것이다. 이 방식에 따를 경우, 만약 해당 연도에 결혼한 부부의 수가 매우 적고 이혼한 부부가 매우 많다면, 이혼율이 100%가 넘은 이상한 자료가 나올 수 있다. 매우 불합리한 산정 방법이다.

그렇다면 현실을 잘 보여 주는 바람직한 이혼율 산정방식은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혼율 산정 방식은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조이혼율(粗離婚率)’이다. 조이혼율은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라서 외국의 이혼율과 비교하기에도 좋다.



조이혼율은 해당 연도의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즉, 해당 연도의 총 이혼 건수를 ‘연앙인구(年央人口; 7월 1일 기준 총인구)’로 나눈 수치를 천분율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2년 연앙인구가 4700만 명이고 이혼건수가 14만5300건이었으므로 2002년 우리나라 조이혼율은 3.0‰로 세계 11위다. 보건복지부 방식에 따른 ‘이혼율 47.4%’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조이혼율에도 문제가 있다. 조이혼율은 인구구조에 매우 민감한 지표다. 조이혼율은 전체인구에서 이혼한 사람의 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처럼 출산율과 사망률이 낮아 노인인구와 아동인구가 중간연령층 인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일자형 인구구조’의 나라의 경우 조이혼율이 낮게 나온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와 같이 상대적으로 노인인구가 적고 중간 연령이 많은 ‘종형 인구구조’를 가진 국가의 조이혼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조이혼율을 통해 국가 간의 이혼율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조이혼율 외에 이혼율 산정방식으로는 ‘일반이혼율’을 사용한다. 이는 1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즉, 해당 연도에 1년간 일어난 총 이혼 건수를 이혼 가능한 연령층인 15세 이상 연앙인구로 나눈 수치를 천분율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결혼·이혼과 무관한 연령층을 통계에서 배제하여 조이혼율의 문제점을 보완한 보다 정확한 산정방법이다. 그러나 15세 이상이라고 해도 혼인하지 않은 인구가 통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

이혼율 통계 산정방식 비교
산정방식특 징이혼율(1000명당 명)
2004200019951990
조이혼율(‰ )특정 1년간의총 이혼건수해당 연도의 연앙인구-자료생산과 계산이 용이-유년인구(0∼14세)까지 분모에 포함하고 있어 현실반영도가 낮다는 지적-국제비교에서 많이 사용2.92.51.51.1
일반이혼율(‰ )특정 1년간의총 이혼건수해당 연도의15세이상 연앙인구-이혼사건에 노출될 인구 범위를 15세 이상 인구로 한정함으로 조이혼율보다 유용성을 확보-조이혼율과 함께 계산이 용이하고 활용도가 높은 지표7.26.43.92.9
7.16.33.82.8
유배우이혼율(‰ )연간 이혼건수해당 연도의유배우 연앙인구-이혼이 가능한 유배우 인구를 분모로 한정해서 타당성이 높음-유배우 연앙인구 산정이 다소 어려움11.610.76.64.8
11.910.86.64.8

또 다른 산정 방식으로 ‘유배우이혼율(有配偶離婚率)’이 있다. 이는 특정 연도 말을 기준으로 혼인 부부의 수(유배우자 수)를 분모로, 특정 연도 중에 이혼한 부부의 수를 분자로 하여 산정한 수치를 천분율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2002년 총 혼인 부부가 1101만1902쌍이고 그해 이혼한 부부가 14만5300쌍이므로, 2002년 우리나라의 유배우 이혼율은 13.2‰이다.

그러나 이 자료는 법적인 혼인관계만을 계산하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은 서양과 혼인신고를 철저히 하는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비교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이 외에도 한 해에 여러 번 혼인과 이혼을 반복한 경우, 혼인부부의 수에는 한 번 계산되지만 이혼횟수에는 모두 합산됨으로써 통계가 그만큼 부정확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어떤 방식으로 통계자료를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만약 의도적으로 현실을 왜곡하기 위해서 산정 방식을 선택한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통계조사를 하고 만들어진 통계자료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산정 방식, 표본 등이 적절한지 꼭 살펴봐야 한다. 자칫 잘못된 숫자 놀음에 사회 전체가 농락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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