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네스]<20>재래시장 1호 광장시장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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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재래시장의 모태(母胎)인 종로구 광장시장의 먹자골목. 푸짐한 안주를 곁들인 술상도 1만 원 안팎이면 거뜬하다. 신원건 기자
서울에 있는 재래시장의 모태(母胎)인 종로구 광장시장의 먹자골목. 푸짐한 안주를 곁들인 술상도 1만 원 안팎이면 거뜬하다. 신원건 기자
《서울 종로구 종로 4가와 5가 사이에 있는 1만여 평 규모의 ‘광장시장’. 이곳의 상인 5000여 명은 ‘서울 재래시장의 모태’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락시장 노량진수산시장 동대문시장 등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시장들이 1800년대에 형성되기 시작한 광장시장에서 독립해 나갔기 때문이다. 광장시장은 1905년 한성부에 등록된 ‘서울 공식 재래시장 1호’다.》

1900년대 초부터 진행된 남대문로 종로 일대의 도로 개설, 대한제국의 백동화와 엽전을 일본 돈으로 교환하도록 한 ‘화폐정리사업’으로 시장 영업이 어려워지자 1905년 7월 김종한 박승직 장두현 최인성 등 거상들이 자본금 12만 원을 모아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등록된 이름은 광장시장이었지만 1960년대 말까지 이곳은 ‘동대문시장’으로 불렸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월남민 피란민 이농민이 종로 일대로 모여들어 동대문 일대까지 대규모 무허가시장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 동대문 상권이 ‘동대문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한 뒤에야 비로소 광장시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없는 게 없다’는 광장시장이지만 특히 먹자골목과 직물이 유명하다.

광장시장 먹자골목은 골목 틈틈이 조그마한 음식점이 들어선 광장시장 블록을 일컫는다. 먹자골목에 들어서면 두툼한 빈대떡과 반지르르한 기름기가 도는 족발, 한 그릇 가득한 보리비빔밥 등 바라만 봐도 배부른 풍경이 펼쳐진다. 다양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손맛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서울 도심의 서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식사는 물론 푸짐한 안주를 곁들인 술상도 1만 원 안팎이면 해결할 수 있다.

저녁 시간에는 광장시장의 명물 색소폰 할아버지와 아코디언 할아버지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직물·포목 가게는 시장에서 가장 큰 건물인 ㈜광장시장 건물에 들어서 있다.

조선시대부터 다양하고 질 좋은 포목·직물로 이름을 날린 광장시장은 지방과 서울 외곽에서 옷감이 필요한 옷가게 한복가게 주인들이 주로 찾는다. 1980년대까지는 모든 물류가 이곳을 통해 나간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이 컸지만 지금은 섬유도시 대구와 값싼 중국 직물의 수입으로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고 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종로 광장상인총연합회 조병옥 사무국장은 “이곳 상인들은 서울 최고(最古), 강북 최대 시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2005년 청계천이 개장된 뒤로는 관광객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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