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족 장미족 칩거족을 아십니까?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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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에 취직하려는 대학 4학년생 박종민(26) 씨는 지난 학기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의류브랜드의 시장조사원과 남성패션잡지의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기업체 두 곳의 공모전을 준비했다.

올여름 방학에도 취업을 위한 경력 쌓기에 주력하기로 하고 인턴사원을 뽑는 기업 세 곳에 지원서를 냈다. 박 씨는 “주위에서 다들 열심히 취직 준비를 하기 때문에 쉬는 것이 불안하다”며 “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취업 준비생을 지칭하는 ‘공휴족(恐休族)’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채용정보업체 커리어는 이처럼 취업난을 반영한 대학가의 신조어와 풍속도를 조사해 21일 밝혔다.

커리어에 따르면 오랫동안 취직을 못한 대학 졸업생은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졸업생)’으로 통한다. 장미족은 ‘칩거족’으로 변하는 성향이 있다. 이들은 취직을 못한 데서 자괴감을 느끼며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홀로 보낸다.

‘압박면접’이라 불릴 정도로 까다로운 기업체 면접에 대비하는 ‘모욕 스터디’도 인기다. 스터디 구성원끼리 상대방 답변의 논리적 허점, 말실수 등을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집요하게 끄집어내는 등의 훈련으로 취업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의 언어를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은행, 포스코, STX 등이 채용할 때 브릭스 국가 언어 구사 가능자나 지역 전문가를 우대하고 있다.

대학가에 재테크와 창업 바람도 거세다. 주식투자는 물론 부동산 경매, 창업, 펀드 등이 전공과 무관하게 인기다. 재테크 열풍은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 인하대 ‘블루칩 뮤추얼펀드’ 등 대학 동아리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전국 대학의 창업 동아리는 420여 개에 이른다.

자신이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에 진출한 선배와의 만남도 잦은 편이다. 취업 성공기나 현업에 관한 얘기를 듣기 위해서다. 학교 측이 자리를 마련하거나 대학생들이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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