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속전속결 공판…이면엔 '양형 다툼'

  • 입력 2007년 6월 19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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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승연 회장 등이 20일 결심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사건 재판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는 18일 첫 공판에서 김 회장 등에 대한 증거조사 절차까지 모두 마쳐 20일 두번째 공판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결심 공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폭행 사건은 첫 재판에 결심이 이뤄지는 경우가 자주 있는 데다 김 회장 사건은 법원이 `적시(適時)처리사건'으로 분류해 신속히 심리하기로 했던 만큼 `초고속 재판'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법원장 및 고법 부장판사ㆍ부장검사 등 출신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김 회장측은 18일 열린 공판에서 이 사건 핵심쟁점인 흉기폭행 여부 등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지 않았다.

오히려 김 회장이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하는데도 검찰이 주요 피해자 2명을 법정 증인으로 세워달라고 신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인단의 이런 움직임은 검찰과 김 회장측이 다투는 부분이 보복폭행 혐의 유ㆍ무가 아닌 `양형'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면 해석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김 회장측은 보복폭행 사실을 시인하되 폭행 당시의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줄이자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검찰이 제출한 폭행 피해자들의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쓰는데 모두 동의했다.

굳이 진술조서 내용을 부인했다가 피해자들이 공개된 법정에서 김 회장 등의 폭행 당시 행동을 적나라하게 증언하면 이 사건이 비판 여론에 또 한번 노출되는 셈이고 재판부의 양형만 가중시킬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따라서 변호인으로선 이 재판이 빨리 끝나면 끌날 수록 좋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실제로 김 회장의 핵심 공소사실인 형법상 `흉기 등 사용 폭행' 혐의는 흉기를 갖고 손으로 폭행을 했어도 죄가 성립되며 흉기로 때렸는지는 양형에만 참작되는 요소이다.

첫 공판에서 김 회장이 "흉기 등 사용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흉기로 피해자를 때린 건 아니고 겁만 줬다"는 모호한 진술을 한 것은 사실상 양형을 가볍게 해 달라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다.

반대로 김 회장 등의 범행 시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데 유리한 입지를 갖춘 검찰은 법정에서 보복폭행의 죄질이 얼마나 나빴는지를 더 보여주고 무거운 형량을 이끌어내야 하므로 재판을 좀 더 끌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검찰이 최근 진술을 확보한 보복폭행 피해자 조모씨 관련 부분을 공소장에 추가하고 법정에서 김 회장에게 이를 신문하려 한 것도 비슷한 전략으로 읽힌다.

검찰 내에선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이틀 만에 재판 기일을 잡은 데 대해 법원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복 폭행 현장에 조폭을 동원한 김욱기 감사가 한화측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돈의 출처 등 추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고 김 회장의 추가 기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급하게 재판을 진행해야할 필요가 있냐는 것.

검찰 관계자는 "기일을 정하는 것은 재판부의 권한이어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조사가 마무리돼 (김 회장 등의) 혐의조사가 완료 될 때까지 (재판을) 미룰 수도 있지 않았나 싶다"며 아쉬움을 에둘러 나타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공소사실을 시인한 김 회장 같은 피고인이 `재판을 빨리 끝내 달라'고 요구하고 검찰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재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 지도 `논쟁거리'라는 견해가 나온다.

단죄돼야 할 피고인의 죄질을 명확히 드러내야 정의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했다면 더 이상 여론 재판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는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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