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新천재론]<13>발레를 사랑한 비보이 이동훈

  • 입력 2007년 6월 10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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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발레 부문 금상을 수상한 이동훈. 클래식과 모던 발레를 두루 할 수 있는 해외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김미옥 기자
올해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발레 부문 금상을 수상한 이동훈. 클래식과 모던 발레를 두루 할 수 있는 해외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김미옥 기자
비보이 시절 즐겨 하던 ‘나이키’ 동작을 보여 준 이동훈.
비보이 시절 즐겨 하던 ‘나이키’ 동작을 보여 준 이동훈.

《그는 비보이였다. 틈만 나면 무릎이 까지도록, 등짝이 아프도록,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온몸을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려 대던. 팔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허공을 향해 두 다리를 차올려 정지동작으로 ‘나이키 포즈’를 멋지게 만들어 내던. 헐렁한 힙합 바지를 입고 거리에서 춤을 추던 춤꾼은, 이제 운동화 대신 발레 슈즈를 신고 화려하게 무대를 수놓는 발레리노가 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동아무용콩쿠르의 심사 결과가 발표된 후 부문별 금상 수상자 중 발레부문 수상자 이동훈(21·세종대 무용과 3년)은 단연 화제였다. 비보이 출신이라는 전력도 독특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학에 입학해 무용을 전공하기 전까지 그가 받은 발레 교육이라곤 3년간 사설 발레 학원에 다닌 것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 고교시절 학원서만 배운 기량으로 국내대회 휩쓸어

발레 영재들이 대부분 예중이나 예고, 혹은 해외 발레 스쿨 출신인 것과 달리 인문계 고교를 나온 그는 개인 레슨조차 받아 본 적이 없다. 오로지 학원에서 배운 발레로 그는 고교 시절 이미 10여 개의 국내 콩쿠르를 석권했다.

제도적인 교육의 뒷받침이 없어도 재능은 꽃필 수 있는 걸까. 그의 어머니 임순자 씨는 “내가 직장에 다니느라 바빠서 애를 잘 챙겨 주지 못했고 절대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원을 해 준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는 얘기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초인(超人)’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하던 비보이였다. 어느 날 무용과 출신이던 체육 교사가 그의 춤을 눈여겨보곤 “제대로 춤을 배워 보라”며 서울에 있는 한 발레학원을 소개해 줬다.

“비트가 강한 비보이 음악에 비해 피아노 반주에 맞춰 추는 발레가 좀 심심하게 느껴졌고 스트레칭 동작은 너무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발레가 싫지 않고 재미있었다”는 것이 그의 기억이다. 오히려 처음에 반대한 사람은 그리 여유있지 않은 가정 형편을 걱정해야 했던 엄마였다.

중3 겨울방학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서울의 예고들보다 비교적 학비가 싼 지방 예고에 진학했지만 무용보다 방송 연예 쪽이 강했던 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자 1학년만 마친 후 발레 학원과 가까운 서울 경기고로 전학했다. 집(경기 성남시)이 멀다 보니 오전 5시 반이면 일어나 서울로 등교해 남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고, 방과 후 다시 발레 학원으로 갔다가 밤 12시나 돼서 집으로 돌아오는 고단한 생활을 그는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중3 겨울방학 때부터 고3 때까지 3년 내내 그를 가르친 ‘YJ발레피플’의 최윤정 원장은 “처음엔 주변에서 ‘왜 저런 애를 학생으로 받았느냐’고 물어 볼 정도로 동훈이는 발레를 하기에는 신체 조건이 좋지 않은 아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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