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알이에 대답하고 웃으면 품에 ‘꼬옥’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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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이전에 엄마와 얼마나 안정된 관계를 갖느냐가 평생 삶에 영향을 미친다. 조기 교육을 한다고 이 시기 유아에게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반복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두뇌 발달에 오히려 해가 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 살 이전에 엄마와 얼마나 안정된 관계를 갖느냐가 평생 삶에 영향을 미친다. 조기 교육을 한다고 이 시기 유아에게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반복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두뇌 발달에 오히려 해가 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옹알이를 하던 아기가 어느 순간 말을 한다.

서고 걷기 시작하더니 뒤뚱거리며 달리기도 하고 수를 센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은 그 자체가 경이롭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신체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 능력도 발달한다.

그런데 이런 발달에도 차이가 있다.

즉 특정한 연령대에서는 급격한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사춘기가 대표적이다.

요즘은 보고듣는 것이 많아져 사춘기도 빠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신민섭 교수가 연령대별 아이의 심리학을 연재한다.

총 5회에 걸쳐 아이의 발달 단계별 특징을 정리해 아이에 대한 좀 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조언한다.》

아기는 한두 살까지 엄마에 대해 ‘기본적인 애착(신뢰감)’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 시기 엄마와 얼마나 안정된 관계를 갖느냐 못 갖느냐가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가 울음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미소나 옹알이에 맞춰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은 안정된 애착 형성에 아주 중요하다.

생후 8개월쯤 되면 아기는 낯가림을 하는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오히려 낯선 사람을 보고도 불안해하지 않으면, 엄마를 중요한 존재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의미다. 간혹 조기 교육을 한다고 유아에게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반복적으로 보여 주는 경우가 있는데, 두뇌 발달과 애착 관계 형성에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에 반응해 주고, 놀아 주고 상호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능과 언어,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요소다.

흔히 한 살 반부터 세 살까지를 ‘걸음마 기’라고 한다. 아장아장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지고 탐색하는 시기다. 분별력이 생기고 자기주장, 억제 능력이 싹트는 시기다. 이 시기에 대소변 훈련을 시킨다고 너무 통제하거나 야단을 치면 수치감과 분노심을 느끼게 된다.

이 시기 유아는 떼쓰고 반항한다. 두 살 전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어야 하지만 두 살이 넘어서면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분명히 하는 훈육을 해야 한다.

세 살 이전에는 엄마와 떨어졌을 때 분리 불안을 보인다. 시야에서 어떤 대상이 사라지면 아주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유아들이 특정 대상이나 물건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데 엄마의 대체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손가락 빨기’나 담요 같은 것이다. 잠잘 때 자신과 엄마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 손가락을 물고 자는 경우도 많으며, 늘 덮던 담요가 있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잠을 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하고 고유한 특성을 갖고 태어난다. 즉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응하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는 유아 때부터 알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짜증을 잘 내서 엄마를 힘들게 하고, 어떤 아이는 너무 순해서 힘든 줄도 모르고 키웠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 아이의 기질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환경을 제공해 주느냐에 따라,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타고난 기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해 잘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육 방식과 기질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럭비공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자극에 쉽게 이끌리며, 세상을 몸으로 부닥치며 경험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에게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놀이나 공부보다 타고난 기질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다른 방법으로 지도해 준다면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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