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에 숨어있는 논술주제]한국 사회와 소수자

  • 입력 2007년 5월 22일 0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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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과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에 다수의 힘, 혹은 권력의 힘을 빌려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의 기준을 무리하게 들이대면 그것은 ‘차별’로 변하고 만다. 대부분의 경우 차별은 성 인종 지역 연령 종교 외모 등 쉽게 드러나는 분류 기준에 따라 일어나지만, 때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미묘하고 비밀스러운 기준에 따라 일어나기도 한다.

[법문사 ‘사회’ 교과서]

순수 혈통을 중시하고 인종적 차이를 긍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혼혈은 차별적 조건이다. 따라서 혼혈인을 지칭하는 용어들은 비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튀기’, ‘깜둥이’, ‘노랑머리’, ‘외국사람’들과 같이 인종 차별적인 용어가 대부분이다. ‘깜둥이’는 흑인계 혼혈인을, ‘노랑머리’는 백인계 혼혈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두 용어는 비혼혈인들과는 다른 혼혈인들의 외모를 차별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튀기는 순수 혈통이 혼혈보다 우월한 것으로 보고 두 인종의 피가 섞여 있음을 비하하는 것이다. 또한 ‘외국 사람(외국인)’과 같은 표현은 혼혈인을 비혼혈 한국인과 분리시키고 ‘한국인’에서 배제하는 용어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기지촌 혼혈인 인권 실태 조사’]

[TIP]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며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졌다. 그러나 위의 글에서 보듯 차별의 대상은 엄연히 존재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오랫동안 가부장제에 시달린 여성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차별의 피해자다. 장애인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에서 차별을 받는다. 소위 ‘3D(Difficult, Dirty, Dangerous·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 업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임금 체불과 폭행 등 피해를 보기도 한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고통을 받는다. 이들 모두는 남성과 정상인, 대한민국 국민, 이성애자 등과 구별되어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이자, 사전에서 ‘육체적·문화적 특질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고 이를 이유로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 정의되는 소수자이다.

일반적으로 차별은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발생하는 무차별적 폭력에 지나지 않으며, 가해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차별적 행위의 잘못에 대하여 의식하지도 못한다. [법문사 ‘사회’ 교과서]

[TIP] 소수자는 따가운 시선을 받거나 자신들끼리만 따로 어울려 다녀야 하는 별난 사람들이 아니다. 성과 피부가 다르고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차별을 받아야 할 특수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평범한 사람을 평범하지 않게 보는 것은 편견이고, 편견에 의한 차별은 폭력이다. 폭력은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문화를 병들게 한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은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는 호주제 철폐를 주장했고, 장애인은 지하철에서 이동권 보장을 외친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인간적 권리를 요구한다. 성적 소수자 또한 당당하게 성정체성을 밝히며 자신들에 대한 편견에 맞서고 있다. 이들 소수자의 저항은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으로 힘을 얻고 있다.

소수자 당사자의 권리 주장과 이에 대한 제도적 배려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소수자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가치관 변화 없이 소수자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 몇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겠다.

교육부는 최근 남녀 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조하거나 단일 민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혼혈인 및 이민자를 배타적으로 바라보게 할 위험이 있는 대목을 교과서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편견을 갖지 않게 하려는 교육부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또 얼마 전에는 미혼모와 에이즈에 걸린 아이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종영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에이즈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 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더욱 주목받았다.

전지용 최강학원 통합언어논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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