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를 세종특별자치시로” 정부 입법예고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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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만 도시 수도권 과밀해소 의문

의견조율 안해 임기내 밀어붙이기 ?

정부가 21일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윤곽을 그린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2010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이 법안에 따르면 세종시는 충남도에 속하지 않고 광역자치단체와 같은 지위를 가지면서 산하에 자치구가 없는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 현재의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충북 청원군에서 모두 9개 면 90개 리를 흡수해 만들어지며 면적은 297km²로 경남 창원시(293km²)와 비슷한 규모다.

인구는 2010년 첫 입주 시 4만6000명으로 출발해 2015년에는 15만 명, 2030년에는 50만 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8조5000억 원 투자, 인구 50만 도시로 수도권 집중 해소?=정부는 당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가장 큰 명분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 해소’를 들었다. 하지만 8조5000억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도시를 건설한다고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가 나타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정부는 행정복합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세종시가 예정대로 출범해도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국비 지원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도 21일 “재정자립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국비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시인했다. 상당수 행정부처가 있는 경기 과천시와 달리 특별시로 지위를 정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피하면서 사실상의 행정수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권 끝나기 전에 밀어붙이기?=지난해 7월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와 1996년 승격한 울산광역시는 입법 예고부터 법 시행까지 6, 7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정부는 유독 세종시의 관련 법안 제정은 3년 전부터 서두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완구 충남지사는 21일 “지역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도 정부가 급조의 냄새가 역력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이 문제로 임기 내에 재미를 보려는 세력이 있다면 불순한 의도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 연기군에서는 행자부와 행정도시건설청이 사전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고 ‘행정도시 지위 및 행정구역 등에 관한 연구 용역 공청회’를 열려다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충남도 김용교 행정도시지원단장은 “충남도 자체의 용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법률안을 추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에서는 관련 지자체들 사이의 의견 차조차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안대로 추진될 경우 지역 발전은커녕 기존 지자체의 위상이 약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안대로라면 충남권에는 세종특별자치시와 대전광역시, 충남도의 3개 광역단체가 공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충남도는 세종시를 충남도 아래의 ‘도농 복합형 특례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50%가 세종시에 편입될 예정인 연기군은 아예 나머지 지역도 편입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재욱 청원군수도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면이 세종시에 편입되면 나머지 지역은 주변지역으로서 각종 규제만 받아 지역 발전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도 반대하고 있는 만큼 편입은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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